“명망 있는 학자와 이야기 할 때는 상대방이 말을 할 때 군데군데 이해가 되지 않는 척해야 한다. 너무 모르면 업신여기게 되고 너무 잘 알면 미워한다. 군데군데 모르는 정도가 서로에게 적합하다.”

중국 문호 루쉰의 말이다. 이처럼 상대방의 말을 지혜롭게 잘 들어주는 것은 생각보다 매우 중요하고도 어려운 일이다. 커뮤니케이션의 달인으로 불리는 명 사회자 래리킹은

“나의 첫 번째 규칙은 상대방의 말을 잘 들어주는 것이다.”

라고 말했다. 그만큼 듣는 것이 중요하고, 듣는 것이 곧 소통의 출발이라는 것이다. 대화를 할 때 1, 2, 3법칙이란 것도 있다. 한번 말하고, 두번 듣고, 세 번 맞장구 치라는 것으로, 이것이 기본적인 대화의 시작이다. 사람이 귀가 둘이고 입이 하나인 것은 말하는 것보다 듣는 것을 두 배로 하라는 의미가 아닐까. 혹자는 귀가 두 개인 이유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기 위함이라 농담하지만, 그것은 분명 아닐 것이다. 우리는 흔히 “말이 너무 많다.”는 비난은 들어봤어도, “말을 너무 듣는다.”라는 비난은 들어보지 못하지 않았는가.

그렇다면 잘 ‘듣기’ 위해서는 어떠한 자세가 필요할까.

제대로 남의 말을 듣기 위해서는 귀는 물론이고, 올바른 몸과 마음가짐이 있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마음이다. 진심을 다해 집중해서 상대의 얘기에 귀 기울여야 한다. 다른 생각에 가득차서 마치 잘 듣고 있는 것 마냥 하는 리액션은 결국 올바른 소통을 이루지 못한다.

또한 이미 아는 내용의 대화가 오고가더라도 섣불리 자신이 다 아는 것처럼 단정해서는 안 된다. 상대방의 정확한 메시지를 파악하기 위해 차분히 상대의 맥락을 파악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게 집중해서 잘 들은 얘기들은 서로의 오해도 줄이고, 실제로 기억에도 훨씬 오래 남는다. 허나 집중하지 않고 흘려버린 대화는 금방 잊혀질 뿐이다.

대화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또한 중요하다. 대화 중에 왔다갔다하거나 통화를 하는 등의 행동은 서로의 대화를 겉돌게 한다.

이 모든 사항들은 단 둘만의 대화 뿐 아니라 회의와 같은 미팅자리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 태권도협회 심판부에서도 다같이 미팅을 자주 하는데, 그 미팅을 통해 새로운 경기규칙이나 중요한 전달사항들이 오고 가기 때문에 미팅 참석자들이 모두 집중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간혹 미팅에 집중하지 않거나, 오고가는 대화에 전혀 참여하지 않고 다른 생각만 하고 있는 참석자들이 있다. 본인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을 때는 질문이라도 던져 다시 논지를 파악해가면 되는데 그 또한 하지 않고, 그저 시간을 허비하는 미팅 정도로 여기고 나중에 경기규칙이나 중요한 사항들을 숙지 못하는 경우들이 발생한다. 이는 그 공간에 같이만 있었을 뿐, 그 대화에는 전혀 집중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런 경우도 우리가 같이 미팅을 했다고 얘기할 수 있겠는가. 제대로 된 미팅이 이루어지려면

첫째, 참석자들에 대해 존중하는 감정을 가져야 한다.

둘째, 발언하는 사람에게 항상 주목하고, 집중해야 한다. 메모를 하며 듣는 것도 좋다.

셋째, 맞장구를 쳐주는 것이다. 발언에 방해가 될 정도가 아닌 가벼운 끄덕임과 같은 행동들로 발언자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고, 본인이 이 대화에 잘 참여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넷째, 대화에 관심과 흥미를 나타내는 것이다. 대화 주제에 대한 다양한 질문들도 여기에 해당될 수 있다. 질문이라는 것은 그만큼 관심이 있기에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섯째, 발언하는 상대를 바라보는 것이다. 세 번째 사항과 마찬가지로, 자신이 잘 듣고 있음을 발언자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테니스나 탁구와 같은 스포츠에서 한 명은 열심히 치는데, 한 명은 대충 받는 둥 마는 둥 행동하면 당연히 맥이 빠질 수밖에 없다. 대화도 마찬가지다. 말하는 이와 듣는 이가 모두 대화에 집중하고, 행동할 때 올바른 소통이 되는 것이다.

경청하는 자세는 단지 매너의 문제가 아니다.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나눔의 시작이다. 따듯한 카리스마는 경청하는 태도에서 출발한다. 앞으로 우리 모두가 상대의 말에 경청하고, 또 자신이 얘기를 할 때도 진지하게 상대방이 집중할 수 있도록 잘 전달하는 사람들이 되었으면 한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지 않던가. 들을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 상임심판 엄영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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