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피할 수 없는 것에 대하여 반항하고 몸부림치는 일은 부질없는 짓이다. 오히려 그런 마음은 자신을 더욱 나쁜 쪽으로 이끌어 갈 뿐이다. 그것은 불면의 밤과 짜증스런 시간. 그리고 고통과 울화만을 가져다줄 뿐이다. 또한 그것은 자신에 대한 폭력일 뿐이다. 우리가 어떤 사태에 맞서 싸워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선다면 온몸으로 맞서야한다. 하지만 우리 힘으로 어쩌지 못한다면 감내하고 그 다음을 모색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위의 글은 데일 카네기의 책 <생각이 사람을 바꾼다>에 나오는 말이다. 그렇다. 우리 힘으로 도무지 어쩔 수 없는 일 하나하나에 연연하며, 반항하고 몸부림치는 일은 그저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피곤하게 하는 일 밖에 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위 글에서 우리가 주목해야할 부분은 단지 그 부분 뿐 만이 아니다.
 
“어떤 사태에 맞서 싸워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선다면 온몸으로 맞서야한다.”
 
필자는 이 부분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충분히 맞서 싸워 바꿀 수 있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그걸 모른 채 무책임하게 다음만 모색한다면 그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에 대한 최선이 아니며, 나아가 후대에 큰 죄를 짓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얼마나 무책임하고 이기적인 생각에 사로 잡혀 태권도판을 미끼로 먹고 사는 것에만 연연하고 있는가. 재미있는 태권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공감하면서, 그것을 바꾸는 일은 남의 일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진 않은가.
 
그나마 지금의 기심회에서는 세계연맹에서도 시행하지 못하고 있는 재미있는 태권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것이 초등학생, 중학생들을 상대로 처음으로 실행해보는 몸통 2점제도이다. 처음으로 실행하다 보니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태권도의 백년대계를 위해 걱정하고 노력하는 모습에는 박수를 보내야 되지 않을까?
 
기심회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며, 필자도 그동안 느꼈던, 그리고 여러 지도자들의 생각에 귀 기울여 얻었던 생각들을 이곳에 정리해본다.
 
1. 이는 요즘의 태권도를 보는 누구나 공감하는 바일 것이다. 발바닥 센서를 제거하지 못하는 전자호구의 폐단 때문에 경기장이 바다게 싸움으로 변해 버렸다. 이 때문에 선수들이 한 발을 들고 펜싱을 하듯 경기에 임하게 되었고, 이는 선수들의 부상이 우려될 뿐만 아니라, 태권도를 재미없게 만드는 일등공신이 되어버렸다.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2. 뒷발로 때려야 2점이라는 규칙 때문에 뒷발의 정의에 대해 말들이 무성하다. 선수, 지도자, 학부모들에게 큰 혼란이 올 것이다.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보다 확실한 규칙을 정할 필요가 있다.
 
3. 필자의 생각에는 빠른 발이든, 앞발이든, 뒷발이든 간에 발등으로 때린 득점은 2점으로 인정하고, 모든 반칙을 통해 얻은 득점(예를 들어, 상대를 손으로 잡은 상태에서 센서만 터치하여 발생한 득점)은 득점으로 인정하지 않아야 한다.
 
4. 골든포인트 승리조건을 1점이 아닌 2점으로 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해서 발바닥 센서 득점 한 방에 허무하게 승부가 끝나는 것이 아니라, 1점이 더 나와야 승자가 될 수 있게 한다면 누구나 인정하는 승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5. 발등 센서가 흘러내려오면 주심이 경고를 주는데, 그건 선수의 문제이기 전에 용품 회사의 문제다. 발등보호대를 만들 때 흘러내려오지 않도록 만들어서 선수들이 황당한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의견 하나하나에 대한 생각은 각자가 조금씩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재미있는 태권도를 만들기 위한 의견들, 생각들이 모이는 것이다. 자신의 문제가 아니라고 그냥 외면하지만 말고, 함께 의견을 나누고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우리 모두의 생각이 모이면 선수, 학부모, 지도자, 그리고 태권도에 관련된 모든 이들이 행복해질 수 있다. 흥미가 없어서, 재미가 없어서 관중이 외면하는 경기장에서 무슨 발전을 논하겠는가.
 
상임심판 엄영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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