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에서는 아름다운 문양으로 섬세하게 짠 카펫에 의도적으로 흠을 하나 남겨 놓는다. 그것을 ‘페르시아의 흠’이라 부른다고 한다. 인디언들은 구슬 목걸이를 만들 때 살짝 깨진 구슬을 일부러 꿰어 넣는다. 그것을 ‘영혼의 구슬’이라 부른다고 한다.

 
필자는 이 말들을 좋아한다. 내가 얻은 인생의 진리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완벽을 추구하려고 끊임없이 노력하면서도 흠집 하나라도 보여야 사람다워 보이기 때문이다. 경기장에서 수십 년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려고 노력했지만, 늘 부족한 게 많은 세월이었다.
 
위 말들이 내포하고 있듯이 사람은 완벽해지기 어렵다. 스스로를 완벽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이미 완벽에서 멀어져 버린다. 그러나 완벽해지는 것이 불가능 하다고 해도 완벽을 향한 노력은 당연히 필요하고, 그 완벽을 위해서는 상대와의 소통이 필요하다.
 
상대와의 소통은 말을 많이 하는 게 아니고 듣는 것이다. 대화를 할 때 1.2.3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한 번 말하고, 두 번 듣고, 세 번 맞장구치라는 것인데, 이것이 대화의 시작이다.
사람의 귀가 둘이고, 입이 하나인 이유는 듣는 것을 두 배로 하라는 뜻이다. 보통 말을 너무 많이 한다는 비난들은 있지만, 너무 많이 듣는다는 비난을 하는 사람은 들어 본 적이 없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제대로 경청하지 못하는 이유는 자신에 주장이 전부 옳은 것이라 생각 하거나 상대의 말을 이미 충분히 들어 알고 있다는 착각에 빠져있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 태권도 판에는 듣는 자세를 가진 리더가 얼마나 있을까. 세계연맹, 대태협, 국기원, 진흥재단의 리더들은 과연 어떠한가. 진정으로 아래 사람들에게 귀는 열어놓고 들으려 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그들은 태권도가 추락하는 것에 대해 조금의 책임이라도 느끼고, 태권도의 발전을 위해 노력은 하고 있는가.
 
특히 세계연맹 기술위원장인 정국현 교수, 최창신 전자호구특별위원장은 코트의 울음에 귀를 기울이고 답해야 될 것이다. 그들은 이미 현재 태권도의 문제점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관중이 외면하고, 매스컴이 멀어져 가는 이 상황에 답해야 한다. 하물며 선수들마저 태권도 경기장에 서는 걸 두려워하여 경기장을 떠나는 사태를 이대로 방관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방법은 있다.
 
세계연맹에서 경기규칙을 개정할 때 책상머리에서 하지 말고, 현장에서 활동하는 지도자, 심판들이 머리를 맞대고 함께 만들어 나가야 한다. 서로 소통해야 한다. 태권도는 누구의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또한 그렇게 만들어진 경기규칙은 대륙별, 전 세계 회원국 심판위원장을 초청해 강습회를 개최하여 경기규칙을 몰라 허둥대는 회원국이 없도록 해야 한다. 그러면 세계적으로 하나 된 태권도를 만들 수 있다.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윈프라는 소통의 대가다. 비결은 간단하다. 말하기 보다는 지혜롭게 듣는 방법을 잘 알기 때문이다. 1시간짜리 토크쇼에서 그녀가 말하는 시간은 10분 정도 인데 반해, 남은 50여분은 상대방의 눈을 맞추고 고개를 끄덕이며 질문을 던져 주는 정도라고 한다.
 
반면에 소통을 잘못하는 리더의 단적인 예는 다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일방적으로 자기 생각만을 애기하고, 일방적으로 묵살해 버린다. 세계연맹 조정원 총재는 진정한 소통을 위해 수많은 사람들의 얘기에 귀 기울여야 한다. 완벽은 아니더라도 완벽으로 가기 위한 노력은 해야 되지 않겠는가.
 
태권도의 미래는 어느 한 개인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상호 협력하고 소통할 때 이루어진다. 리더의 기세에 눌려 말하지 못하고, 리더가 듣지 못한다면 태권도호는 침몰하고 말 것이다.
상임심판 엄영섭

 

 

 

저작권자 © WTN 월드태권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