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매년 2월마다 열리는 제주평화기대회가 어느덧 10회를 맞이하였다. 지난 2005년 1월 제주특별자치도가 “세계평화의 섬”으로 지정되면서, 태권도가 평화이념의 확산도구로 활용되기를 기대하며 출발했던 것이 현재에 까지 이르고 있는 것이다. 그 후로 이 대회는 10여 년간 동계훈련을 겸하여 대회에 참여한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은 물론이거니와 제주지역에 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특히 이번 대회는 KCTV 제주방송에서 연일 녹화방송을 하여 선수들에게 동기유발의 계기를 만들어주었고, 심판과 경기장 관계자들에게도 보다 질서정연하고 멋진 태권도 경기장의 모습을 대외적으로 보이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하도록 만들었다.

허나 심판과 관계자들이 이번 대회에 만족한 것은 KCTV 제주방송의 중계 때문만은 아니었다. 이번 대회는 경기 외적인 부분에서도 굉장히 즐겁고 따뜻했던 대회로 기억에 남기 충분했다. 바로 경기를 준비한 제주도협회의 배려와 제주도 주민 분들의 따뜻함 덕분이었다. 우리 심판들과 판독관들이 잠깐씩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휴게실에도 제주의 친절과 정성이 있었고, 아침 일찍부터 경기를 마칠 때까지 나이 드신 제주도 어르신들께서 우리에게 따뜻함을 안겨주었다. 식당에 가면 정성이 가득 들어간 제주도 향토음식 ‘몸국’이 우리를 따뜻하게 해주었고, 식당 아주머니들은 환한 미소와 친절로 우리의 뱃속 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든든하게 해주었다. 덕분에 우리는 이번 대회를 무사히 잘 치룰 수 있었다.

사실 이번 평화기대회는 시작부터 이렇게 성공적인 결말만을 바라볼 수 있는 대회는 아니었다. 바뀐 세계연맹 경기규칙에 순응하기 위해, 처음 적용되는 경기규칙에 적응하기 어려울 거라 생각하고 경기에 임했던 대회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기술전문위원회 의장과 심판위원장의 지도와 배려에 힘입어 큰 여과 없이 대회를 마칠 수 있었다. 비디오판독에 있어서는 “확실하게 맞았거나, 확실하게 맞지 않은 그림이 나오면 심판 판정을 따라가면 된다.”는 의장의 말에 따르며, 심판과 판독관의 관계가 한결 편해졌다.

이런 여러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이번 대회는 2015년의 처음을 잘 열어준 성공적인 대회로 마무리될 수 있었던 것이다. 또한 이번 대회에서는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이 있었는데, 바로 개회식에 참석한 김태한 회장이 스탠드에 자리한 심판석까지 올라와 심판위원장을 격려하고 심판들과 일일이 악수 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었다. 심판 보기를 장기판에 졸(卒)로도 안 보던 풍토가 만연했던 지라, 김태한 회장의 이런 모습은 우리 심판들에게는 아름다운 충격으로 다가왔다. 악수 하나의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도 어렵지만, 그래도 경기장에 나서는 심판들에게 먼저 손 내밀어 격려를 보낸다는 것은 심판들로서는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참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평화기대회 임원장이었던 제주도태권도협회 신진성 전무는 “대회에 참석한 지도자 학부모님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드리고, 내년 11회 대회부터는 품새 종목을 추가하여 더욱더 알찬대회로 뵙겠습니다. 제주 평화기를 찾아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라는 말을 전하며 대회를 마무리했다.

우리 심판들과 필자도 제주도협회와 제주도 주민 분들께 마찬가지의 소감을 전하고 싶다.

“대회기간동안 보여주신 배려와 친절,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 상임심판 엄영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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