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태종은 제위에 오른 24년 동안 정치, 경제, 문화, 예술, 군사 등 다방면에 걸쳐 황금시대를 맞이하였고, 후대 역사가들은 그의 치세를 “정관(貞觀)의 치세(治世)”라고 칭송했다. 당태종은 제위기간동안 신하들과 토론하였고, 그들의 말에 귀 기울이는 걸 즐겨했으며, 간언(間言)하는 신하들에게 비단이나 식량을 내려 격려했다.

태종은 이러했다. 거울이 없으면 자신의 생김새를 볼 수 없듯이, 신하들의 간언이 없으면 정치적 득실에 관해 정확히 알 방법이 없다고 평소 지적하였다. 먹줄이 있으면 굽은 나무가 바르게 되고, 기술이 정교한 장인이 있으면 보옥을 얻을 수 있듯이, 시세를 꿰뚫어 보는 혜안을 가진 신하의 충언은 군주를 바로 서게 할 뿐 아니라, 천하를 태평성대로 만들 수 있다고 믿은 것이었다.

이렇듯 간언이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보통의 신하들이 침묵하는 이유는 충성스런 간언을 할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기 때문이다. 예로부터 군주들은 자신이 신임하지 않는 자가 간언하면 비방한다 생각하고, 신임하는 자가 간언하지 않으면 봉록만을 훔치는 자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로 인해 성격이 유약한 사람은 충정을 품고도 말을 하지 못하고 관계가 소원한 사람은 신임 받지 못 하는 것을 두려워하여 말하지 못 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오히려 반대로, 군주가 먼저 자신의 신하를 믿고 간언을 구할 줄도 알아야한다. 군주가 먼저 신하를 믿고 간언을 구할 준비가 되어야 신하들도 충언으로 군주의 믿음에 보답하는 것이다.

우리 태권도 경기장에서 경기장을 이끌어가는 리더들도 당태종의 리더십에 귀 기울여 봐야 하는 것이 아닐까?

지난 3월 8일부터 14일까지 강원도 영월에서 전국종별선수권대회가 7일간의 일정으로 힘차게 열렸다. 심판들은 바뀐 경기규칙에 빠르게 적응하면서 성실하고 열심히 경기 판정에 최선을 다했다.

허나 다소 아쉬운 부분들도 보였다.

다소 아쉬웠던 부분이란 이것이다. 돌려 말하지 않고 직언하자면, 심판과 영상판독관 간의 관계가 다소 자연스럽지 못해 보였다. 서로 신뢰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또한 이로 인한 문제로, 경기 시간도 다분히 지체되는 경향이 있었다.

이는 앞으로의 태권도 경기장에서 충분히 재발될 수 있는 문제다. 그렇기에 심판과 영상판독관은 하루라도 빨리 서로 믿고 신뢰하는 관계로 발전하여야 한다. 심판이 영상판독관이 내린 결정을 믿지 못하고, 영상판독관이 심판이 내린 판정을 우습게 본다면 경기장은 불신의 도가니에 빠져들고 말 것이다. 그것은 신뢰의 문제도 깨뜨리고, 공정해야할 태권도 경기의 기본적인 원칙을 깨뜨릴 수 있으며, 경기 시간도 좌지우지할 수 있다.

이번 대회 기간 중에도 아슬아슬한 장면들이 몇 차례 노출 되었기에 언급한다. 심판과 영상판독관은 서로 믿어야 상생 관계로 발전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당태종의 리더십처럼 서로가 서로의 의견을 들으려는 마인드가 되어있어야 한다. 들으려는 자세가 되어있는 자에게 바른 소리가 전달되는 것이다. 하루라도 빨리 대화하고 토론의 장이 마련되기를 기대해본다. 심판과 영상판독관이 서로 격의 없이 토론하고 대화해야, 경기장 문화를 발전시키고, 불신의 벽을 무너뜨릴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경기는 계속 되겠지만, 그만큼의 불신도 계속 쌓여갈 것이다. 서로의 말만 할 뿐, 들으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 마지막 날, 김세혁 전무는 심판들에게 말했다.

“딱 세 가지만 말씀 드리겠습니다. 고맙고, 미안하고, 수고하셨습니다. 대회를 무사히 치룰 수 있어서 고맙고, 경기가 늦게 끝나 미안하고, 수고하셨습니다.”

경기일정이 늦어지고 틀어지면 심판들만 고생하는 것이 아니다. 경기장에 나와 있는 모든 사람들이 고생한다. 임원장을 비롯하여 경기부, 기록부, 질서대책, 영상판독관, 그리고 경기를 하는 선수들과 그들을 응원하는 관중들까지 모두가 고생하게 된다.

그러한 문제들이 외부적인 요인이 아닌 심판과 영상판독관 간의 신뢰문제에서부터 비롯된다면 이는 태권도계가 부끄러워해야할 일이다. 또한 이는 단순 심판과 영상판독관의 문제에서 끝나지 않고, 선수와 지도자를 비롯한 모든 경기장 관계자들 간의 신뢰문제로 발전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딱 봐도 경기를 제대로 판정해줘야 할 사람들이 서로 의견이 맞지 않고 대립하는데, 누가 그 판정에 대해 신뢰를 갖겠는가.

서로의 신뢰가 있어야 경기장 문화는 더욱 발전할 것이다. 앞으로 모든 태권도 경기에서 이러한 문제들이 점점 해결되어 나갈 것이라고 굳게 믿어본다.

끝으로 심판원의 한사람으로 이번 대회에 애쓰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고, 특히 심판들의 편익을 위해 애써주신 강원도협회 관계자들과 양희석 전무께 감사드린다.

2014년, 앞으로 계속될 태권도 대회에서 보다 점점 나아지는 경기장 문화를 기대해본다.

상임심판 엄영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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