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태극기를 가슴에 달고 다른 나라로 시범을 가게 됐다.일정은 3월 22일부터 4월 1일

시범단원 정한나의 첫 해외 시범일기
처음 태극기를 가슴에 달고 다른 나라로 시범을 가게 됐다.일정은 3월 22일부터 4월 1일까지 미국(얼바인, 옥스나드)과 과테말라를 다녀오는 것이었다. 10박 11일이라는 본 일정이 시작되기 전에 준비할 사항은 생각 보다 많았다. 미국이라는 나라를 가기 위해서는 우선 비자가 필요했고 운동시간 또한 본 훈련시간 외에 평일에 나와서 호흡을 맞춰야 했다. 시범에 필요한 물품을 챙기고 개인의 컨디션을 조절하고 국가대표라는 이름에 걸 맞는 준비들이 필요 했다.

22일 오후 1시, 본격적인 우리의 일정은 시작됐다. LA로 나가기 위해 인천공항에 모이는 것이 시작이었다. 멋스럽게 맞춰진 단복을 입고 왼쪽 가슴에는 태극기를 다니 행동 하나하나가 조심스러워졌다. 그냥 모여 있는 자체로 다른 사람들과 구분이 되는 듯한 느낌이었다. 짐을 붙이고 출국 절차를 거쳐 비행기에 탑승한 시간은 오후 4시 반, 10시간이라는 비행을 거쳐 L.A공항에 도착하니 그 곳의 시간은 다시 22일 오전 10시 반. 한국과의 시간차가 17시간이 나서 시간을 번 것과 다름이 없었다. 비행기에서 내려서 미국 입국 심사를 받는 곳으로 이동했다.

내 차례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면서 ‘아~ 물어 보면 뭐라고 대답하지?’하고 영어가 부족한 난 걱정 반, 기대 반의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긴장한 모습이 역력하게 입국 심사대 앞에 섰다.어색하게 “Hi”라고 인사를 했는데 심사관님이“한국에서 오셨어요?”하고 친근하게 웃으며 말씀 하시는 것이 아닌가? 아래를 주시 하고 있던 내 눈이 번쩍 뜨이며“네”하고 대답했다.

 
 

그리고 국가대표 시범단이고 시범을 하러 오게 되었다고 얘기를 했다. 걱정했던 입국 절차가 너무 수월하게 끝난 탓인지 긴장이 풀어지는 느낌이었으나 긴장 풀 시간도 없이 일정은 계속 됐다. 짐을 찾고 호텔로 이동하고 방을 배정 받고 서둘러 행동 한다고 했지만 오후 2시가 넘어서야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오후 5시 저녁 식사를 하러 이동했다. 미국이라고 해서 한국음식은 못 먹고 미국 음식을 먹게 될 것이란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틀린 생각 이었다. 가게 된 곳은 한국 분들이 운영하는 고기 뷔페였다. 식사를 맛있게 하고 나오는데 하늘에 먹구름이 가득 했다.현지 분께“이곳은 비가 자주 오나 봐요?”하고 물었더니“아니요. 일 년에 20번 올까말까 해요”하셨다. 미국 방문에 여러 가지 경험을 해보라고 날씨도 변덕을 부리나 보다. 일정 첫날 우리는 일 년에 20번 밖에 안 오는 비를 보았다. 숙소에 들어와 자유 시간! 다음날 있을 리허설 준비를 위해 호신술팀과 태권체조팀이 모였다.

운동할 곳이 마땅치 않아서 이리 저리 돌아보던 중 한 여성 호텔 가이드 분의 도움으로 강당 같은 곳을 안내 받았다. 우리의 영어를 너무나 잘 이해해서 이상하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영어를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서로 대화하고 있는 한국어를 알아듣는 것이었다. 알고 보니 부모님이 한국인이라고 알아듣기는 하지만 말 하지는 못한다고 했다. 뿌리는 한국인인데 한국어를 못한다는 것이 좀 섭섭했다. 여성분의 도움으로 운동을 하며 하루를 마무리 할 수 있었다.

 
 

본격적인 일정 시작원래 잡혀 있던 계획을 변경, 오전 시간을 내일 있을 시범을 대비한 훈련 시간으로 교체했다. 9시 30분 호텔을 출발해 콘코디아대학(L.A 남쪽 얼바인시티에 위치)로 향했다. 잘 정비된 학교 시설! 알고 보니 그 큰 땅의 주인이 한사람이어서 이런 계획적인 도시를 만들 수 있었다고 했다. 감탄을 하며 이동한 곳은 콘코디아대학의 체육관. 내일 우리 시범단이 공연하게 될 장소였다.

아직 준비가 덜 된 관계로 매트를 까는 것을 단원들이 도와주었다. 매트가 완성 되고 연습이 시작됐다. 연습시간이 그리 넉넉하지 못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50분! 자리만 맞추기에도 촉박한 시간이었다. 정신을 집중하고 움직임을 빨리했다. 그냥 입․퇴장만 맞춰 보았는데도 외국학생들한테는 무언가가 느껴졌었나 보다. 수업시간을 잊고 우리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으니 말이다.

훈련 후 오후 1시부터는 근처에 있는 쇼핑몰에서 자유 시간을 가졌다. 길을 잃어버릴 수도 있으니깐 짝지어서 다니라는 말씀에‘설마’하는 마음으로 쇼핑몰에 들어섰는데 정말 크기가 어마어마했다. 3시간 동안 평소에 보지 못 했던 명품과 브랜드를 모조리 본 것 같다. 친지들 선물도 큰맘 먹고 구입했다. 5시부터는 콘코디아대학 견학이 있었다. 학생들을 위한 도서관, 교회 등을 보고 기념촬영을 하고 저녁 만찬이 있는 콘코디아대학 스튜던트 유니온으로 이동했다. 그곳에는 세계태권도연맹 조정원 총재님도 와 계셨다. 정중히 인사드리고 행사가 시작됐다.

평소 보지 못한 음식들이 나왔다. 샐러드와 연어구이 그리고 디저트까지.맛있는 식사 후 식후행사에는 대학의 총장님과 교수님들께 도복과 띠를 선물로 드리는 시간이 있었다. 도복을 받고 어린아이처럼 좋아하시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저 분들은 선물로 도복을 받고 좋아 하는데 나는 그런 도복을 매일 입고 훈련하고 있다는 사실이 자랑스러웠다. 자부심을 가지고 운동에 임해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됐다.

24일 콘코디아 대학 태권도 학과 설립 기념 대회가 있던 날.9시에 모여 대회장으로 이동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한산했던 체육관은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있었다. 참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흰띠부터 검은 띠까지 다양하게 모여 있었다. 경기 종목은 품새 같았다. 세계품새대회가 개최 된 이후로 품새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서 인 듯 싶었다.

우리 시범은 식후 행사로 되어 있었기 때문에 약간의 여유시간이 있었다. 몸을 풀고 호흡을 맞추고…. 11시 30분이 되자 개막식이 시작됐다. 어제 만찬에서 만나 뵈었던 반가운 얼굴의 분들이 앞쪽에 자리하고 앉아 계셨다. 여러 가지 행사가 끝나고 콘코디아대학 교수님의 태권도 시범이 시작됐다. 깔끔한 동작과 기합, 발차기 등 연세를 가늠 할 수 없을 정도였다. 박수소리가 크게 터져 나왔다. ‘나도 나이를 먹어서 저렇게 할 수 있을까? 참 대단한 분이시구나. 열정을 가지신 분이구나’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그런 생각이 드는 것도 잠시, 긴장감이 온 몸으로 확 휩싸였다.

드디어 시범이 시작된 것이다. 팀이 소개 되고 박수소리가 들렸다. 명상과 함께 시범은 시작됐다. 눈을 감고 정좌한 상태에서 마음 속으로 기도 했다. ‘떨지 않고 잘 하게 해주세요.’음악이 서서히 꺼지고 단장님의 구령 소리가 들렸다.“눈에 힘주고, 자! 시작 하는 거야! 즐기는 거야! 아자!”힘찬 연합동작과 함께 하나하나 프로그램이 이어져 갔다. 3번째 프로그램인 여성 격파! 내 첫 격파가 있는 프로그램이다. 허리는 꼿꼿이 펴고 시선은 당당하게 앞을 보고 쉼호흡을 하며 입장했다.

내가 위치할 곳에서 자세를 잡았다. 먼저 진주 언니의 수직 4단계격파가 시행됐다. 몇 초 안 되는 시간인데 보고 있자니 긴장이 돼서 이를 꽉 깨물었다. 긴장하는 모습이 보였는지 앞에서 격파물을 잡아주고 계시던 진수 오빠가 한마디 했다.“긴장하지 말고 해. 너한테 맡겨진 시간이다.”정신이 번쩍 들었다.그래! 하는 생각과 함께 나의 첫 격파는 몇 초 만에 끝이 났다.시범은 계속 됐다.

보조를 하는 것이며 걸어나가는 것이며 모든 것이 시범의 한 부분이기에 한 시간이란 시간을 쉴 새 없이 움직였다. 친근감 있는 음악이 나올 때면 외국인들의 반응은 더욱 더 선명했다. 그 대표적인 것이 호신술 등장음악으로 핑크 팬더 음악을 썼는데 시선이 더욱 집중됨을 느꼈다.‘아~ 이래서 음악이 중요한 거구나’하고 새삼 느꼈다. 1부와 2부로 나누어져 진행될 줄 알았던 시범은 연이어서 진행됐고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게 끝이 났다.기립박수가 터져 나왔다.

끝나자마자 사인 해달라는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사진을 같이 찍기 위해 몰려들었다. 이런 폭발적인 반응은 처음인지라 어리둥절했다. 이렇게 정신없이 첫 행사가 마무리 됐다. 아!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시범 끝나고 단장님, 코치님, 선배님들 순서로 인사하는 모습이 태권도의 도를 보여주는 계기가 되었다는 소리를 듣고 내심 으쓱해 졌다. 시범이 끝나고 내일 시범이 있는 관계로 L.A북부에 위치한 옥스나드 지역으로 이동하게 됐다. 콘코디아대학과는 2시간 정도 떨어진 곳이었다.

한 도시를 다니는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린다니.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일. 넓긴 넓구나 생각됐다.2번째 시범이 있던 날이다.미국은 우리나라와 달리 개인이 사설로 대회를 개최 할 수 있다고 했다. 우리가 이날 시범 할 곳도 그 사설 대회 중 하나였다. 또한 미국에서 25년의 전통을 가지고 있는 태룡체육관의 심사 날이기도 했다. 아침에 서둘러 체육관으로 행했더니 매트를 외국 수련생들이 다 준비해 놓았다. 사범님이 말씀하실 때 마다“Yes Sir”하며 빨리빨리 움직이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개인주의가 지배적인 미국에서 이런 움직임은 보기 힘들다고 했다. 그만큼 그들이 자신들의 생활패턴을 바꿀 만큼 태권도에 빠져 있다는 것을 엿볼 수 있었다.

오전에 잠시 운동을 하고 점심은 시간관계상 햄버거를 먹었다. 햄버거라고 해서 우리나라 햄버거를 생각 했더니 오산이었다. 버거 속에 햄이 3개나 들어있었다.‘이런 걸 먹으니깐 살이 안찔 수 없겠구나’싶었다.드디어 행사가 시작됐다. 시작은 미국 국가와 애국가가 연주되면서였다. 평소에 아무 생각 없이 듣던 애국가인데 왜 이리 떨리고 눈물이 돌던지. 마음 한구석에 무언가 따뜻한 것이 차오르는 느낌이었다. 애국가가 끝나고 이곳 시장님이 도시를 상징하는 핀을 선물로 주셨다.

그 후 시범은 다시 시작됐다. 등에 korea 라는 글씨가 박혀 있다는 사실만으로 그들의 주목을 받았다.어제의 시범 보다 호응이 좋았다. 하지만 시범 단원들의 몸 상태는 그리 좋지 않았다. 휴식다운 휴식 없이 강행군을 해온 탓이리라. 하지만 시범 때 티낼 우리가 아니었다. 최선을 다했다. 긴 시간 동안 서로를 격려하면서….놀라는 기색이 역력했다. 자신들이 알고 있던 태권도 보다 너무 새로운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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