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암으로 투병중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베타니 패브리셔스의 태권도 열정과 투혼이 화제다.

국제심판인 그녀는 13일(현지시간) 약물치료를 받고 있는 와중에도 남아공 수도 프리토리아의 프리토리아대학에서 열린 한국대사(이윤)배 태권도 대회에 심판으로 나서 투혼을 불살라 많은 관중들로부터 박수갈채를 받았다.

올해 34세인 베타니 패브리셔스씨는 남아공의 단 두 명에 불과한 태권도 국제심판 중의 한 명.

그녀는 이날 모든 체육 활동을 그만둬야 한다는 의사의 경고를 무릅쓰고 대회에 임했다.

지난 9월 암진단을 받은 그녀는 현재 약물치료를 받고 있는 상태. 갈비뼈 두 곳에서 암세포가 발견된 그녀는 앞으로 4개월 동안 방사선 치료를 포함한 진료를 받고 나서 진전이 없을 경우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판정을 받았다.

그녀로서는 자칫 이번 대회가 심판으로 나서는 마지막 대회일 수 있는 것.

베타니씨는 아픈 몸에도 심판으로 나선 이유를 묻자 "태권도는 내 인생의 전부"라며 "이번 대회 심판으로 나서지 않았으면 오히려 괴로웠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녀가 태권도와 인연을 맺은 것은 20년 전. 거주지인 요하네스버그에서 방학 기간 아르바이트로 일한 스포츠용품 가게 주인이 마침 태권도 사범이어서 태권도에 발을 들여 놓은 것.

당초 가라테를 배우고 있던 그녀는 가라테에 싫증을 느끼고 있었지만 태권도를 시작하자 곧 빠져들었다.

태권도 선수의 길로 나선 그녀는 그러나 19세 때인 1997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무릎부상을 당해 수술을 받아야 했다. 당시 담당 의사는 무릎은 완치됐지만, 선수로서는 뛸 수 없다고 경고했다.

이후 그녀는 좌절하지 않고 태권도의 한 부분으로 계속 참여하는 길을 모색해 심판의 길로 나섰다.

그녀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 2005년 스페인 세계선수권대회 등 국제 주요 대회를 심판으로서 석권했다.

베타니씨는 이날 심판을 본 소감을 묻자 "온종일 심판을 보느라 매우 지쳤다"면서도 "어린 선수들을 보니 매우 흐뭇했다"고 말했다.

그녀에게 심판으로 나설 때 마음가짐을 묻자 "시합이 끝난 후 선수들에게 기억나지 않는 심판이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심판이 선수들을 잘 이끌어 경기에 집중하도록 해 자신이 심판을 보았다는 사실을 선수들이 전혀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경기에 최선을 다하게 하는 것이 심판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요하네스버그의 명문 비트바테르스란트 대학을 졸업한 그녀는 고등학교에서 윤리와 체육교사로서 근무하고 있다.

그녀의 부군은 한국국제협력단(KOICA) 파견 요원으로 남아공 태권도 국가대표팀을 지도하는 조정현(41) 사범이다.
 

저작권자 © WTN 월드태권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