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 규모 자랑 무색케 한 '총체적 부실'

포천시, 대학연맹, FISU 손발 안 맞아‘엇박자’

ID카드 발급, 숙소 배정, 심판 등 문제점 노출

 
 
역대 최고규모의 선수단이 참가하고 종주국에서 처음 개최된 제12회 세계대학태권도선수권 대회가‘총체적 부실’이란 혹평을 받았다.

50개국 600 여명이 참가한 이번 대회 조직위원회는 대학태권도연맹과 포천시 중심으로 꾸려 졌다. 대회운영 및 행정지원은 포천시에서, 경기운영은 대학연맹에서 각각 맡았다. 조직위가 양분화 되어 운영된 것인데 손발이 맞지 않아 대회전부터 크고 작은 엇박자 소리를 냈다.

개막 하루 전인 5월 24일 각국 선수단이 속속 대회 장소인 대진대학교에 모였지만 ID카드 발급이 늦어져 등록센터는 시장터를 방불케 했다. 장시간 비행 끝에 대회 장소를 찾은 선수단은 ID카드 발급이 늦어져 숙소 배정이 늦어졌고 선수 등록 마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심판의 경우 ID카드 발급이 늦어져 숙소 배정이 지연됐고 결국 장시간 대기하다 심판교육이 24일 밤늦게까지 이뤄졌다.

ID카드 발급 지연에 대해 조직위 관계자는“전산 및 인터넷 장애”라는 말과 함께“등록센터 프로그램이 국제대학스포츠연맹(FISU) 시스템과 연결해서 사용하는데 그 쪽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숙소 문제는 더욱 심각했다. 대회조직위원회는 이번 대회에 참가하는 모든 선수들에게 1인당 1일 60유로를 받고 2인 1실 숙소 제공을 약속했다. 그러나 당초 약속과는 달리 4인 1실, 심한 경우 6인 1실을 제공해 참가국들로부터 강한 비판을 받았다. 조직위 관계자는“당초 숙소로 사용하려 했던 리조트 회사의 부도로 어쩔 수 없었다”고 변명 했다. 이에 대해 일부 선수단 관계자는“조직위가 부도난 사실을 알았고 숙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예측을 전혀 못했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며“다른 곳에도 숙소를 마련하는 배려를 했으면 각국 선수단으로부터 큰 불만을 사지 않았을 것이다”고 꼬집었다. 일부 선수단은 조직위에서 배정한 숙소를 사용하지 않고 포천시 일원에 숙소를 잡기도 했다.

심판 문제도 짚고 넘어 가야된다는 여론이다. FISU는 품새 및 겨루기 심판 명단을 세계태권도연맹에 보내 자격 유무를 질의했다. WTF는 이에 대해“겨루기 심판 수준은 떨어지지만 자격은 갖추었고 품새 심판은 3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자격이 되지 않는다”며“5월 14일부터 18일까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프루에서 열리는 품새 심판교육에 참가하면 자격을 갖추게 된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자격요건을 갖추지 않은 품새 심판들이 심판 교육에 불참했다.

이번 대회 품새 심판은 총9명이다. 9명 중 3명 만이 대회전 WTF가 자격을 요건을 확인해 주었고 나머지 6명에 대해서는 자격유무가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대회 품새 경기 심판은 7심제로 운영했다. 맞교대가 불가능한 상황이었고 겨우 시간을 쪼개서 1명씩 교대로 쉬면서 이틀을 버텨내는 강행군을 했다. 겨루기 심판도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지만 운영상의 미숙을 드러냈다. 중요 사안과 관련된 영상판독관의 소신 없는 결정도 흠으로 남았다.

웃지 못 할 해프닝도 있었다. 개막 하루 전 경기장에 일반매트를 깔았다 WTF 공인 매트로 교체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경기장 코트도 WTF 규정과 맞지 않게 설치되었으며 교체를 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우왕좌왕 하기도 했다.

경기 지연 문제도 질타를 받았다. 겨루기경기 첫날 오후 10시가 넘어서야 끝났다. 전자호구의 와이파이(WIFI) 문제 등으로 경기 중단이 잦았고, 한 경기에서 무려 10여 차례 이상이나 경기가 중단돼 빈축을 사기도 했다. 또 방송 중계 관계로 인해 경기를 지연시켜 몇몇 선수들은 선수대기실에서 2시간 넘게 기다리는 경우도 있었다.

품새 경기 시상식에서 피수(FISU)기만을 게양했던 것과는 달리 겨루기 경기는 각 국가의 국기를 게양했고 시상식 동선도 다르게 진행돼 일관성 없는 행정을 보였다는 지적이다.

조직위원장인 서장원 포천시장은 대회 성공보다 지역 관리에 관심이 더 많은 듯 개막 전과 대회 기간 드러난 문제에 대해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FISU 측의 일방적인 자세도 짚어봐야 할 대목이다. 대회 전 철저한 사전 점검으로 수면위로 떠오를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해 보완해야 되는데 그렇지 못했고, 대회가 시작됨과 동시에 FISU 규정을 내세워 혼선만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이번 대회는 20여 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20여 억 원 예산으로 이번 대회를 잘 치러 종주국의 위상 강화는 물론 포천시의 이미지 제고도 이끌어 냈어야 했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실패작으로 끝났다는 여론이다.

적지 않은 자금이 투입되고도 대회가 왜 총체적 부실로 마무리 되었다는 혹평을 받게 됐는지 포천시, 대학태권도연맹 그리고 FISU 관계자들은 꼼꼼히 따져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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