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우승으로 자신의 잠재력을 활짝 피웠다.

 

 
 

강상현은 31일(현지시간) 아제르바이잔 바쿠의 크리스털홀에서 열린 세계태권도연맹(WT)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87㎏급 결승에서 크로아티아의 아이반 사피나(24·크로아티아) 상대로 라운드 점수 2-0으로 승리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강상현의 우승으로 한국은 2005년 마드리드 세계선수권대회 오선택 이후 18년 만에 이 체급 우승자를 배출했다. 이번 대회 한국선수 2번째 금메달이다.

  경기 시작 12초 만에 사피나에게 주먹(1점)공격으로 점수를 내줬지만 몸통(2점)공격 2개를 성공하는 등 역전에 성공하며 6-5로 1라운드를 가져갔다. 2라운드에서도 16초 만에 머리(3점)공격을 허용하는 등 사피나에게 끌려갔지만 1-6으로 뒤지던 경기종료 48초 전부터 몸통공격 4개를 성공하며 9-7로 역전해 우승을 확정했다. 경기종료와 함께 강상현은 입에 물고 있던 마우스피스를 높이 던지며 온몸으로 기쁨을 표출했다.

  태권도 종주국인 한국에서 최근 국가대표 선수들이 대부분 고교시절부터 두각을 드러내며 이름을 알린 것과 달리 강상현은 성인이 되고나서야 처음 국가대표가 됐다. 올해 2월 열린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패자부활전을 치르는 등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개인 첫 태극마크를 손에 쥐었다. 당시 제주출신으로 고대휴 제주시청 감독 이후 21년 만에 국가대표 1진에 선발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WT 세계랭킹 29위에 불과한 강상현의 결승까지의 길은 가시밭이었다. 강상현은 16강에서 1위 이카로 미구엘 소아레스(28·브라질), 8강에서 7위 아흐메드 라위(23·이집트), 결승에서 2위 사피나 등 강자를 상대했다. 4강 상대인 아리안 살리미(20·이란)가 39위로 순위가 아래였지만 키 200cm의 장신으로 긴 다리를 활용해 자신보다 9cm 작은 강상현(191cm)의 머리를 공략해 애를 먹였다. 살리미와의 준결승 2라운드에서 강상현은 살라미에게 4개의 머리공격을 내주기도 했다. 하지만 강자들을 상대로 강상현은 물러서지 않고 치열한 난타전으로 결국 우승을 차지했다. 강상현은 “올해 초에는 국가대표가 되는 게 목표였다. 국가대표가 되고 세계대회 우승을 꿈꿨는데 이뤘다. 올림픽에 나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후회 없이 한번 도전해보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같은 날 남자 80㎏급에 출전한 박우혁(23·삼성에스원)은 8강에서 이탈리아의 시모네 알레시오(23)에 라운드 점수 0-2로 패해 탈락했다. 지난해 멕시코 과달라하라 대회에서 한국 선수로는 23년 만에 80㎏급 금메달을 따며 주가를 높였던 박우혁의 2연패 꿈은 좌절됐다.

  간발의 차이였다. 1라운드를 2-2로 비긴 뒤 판정패로 내준 박우혁은 2라운드에서도 0-3으로 쫓기던 중 종료 38초를 남기고 반 박자 빠른 왼발 킥을 상대 머리에 적중하며(3점) 균형을 맞췄다. 1점 싸움에서 강대강으로 맞선 경기는 종료 2초 전 알레시오의 몸통 공격(2점)이 맞아 들어가면서 박우혁의 3-5 패로 마무리됐다. 알레시오는 WT 세계랭킹 1위의 강호로 지난해 로마 그랑프리에서도 박우혁을 이긴 바 있다.

  경기 후 박우혁은 “후회 안하려고 진짜 많이 준비했는데 아직 부족하다는 걸 느꼈다. 숙제가 많이 생겼다. 잘 보완해서 이번을 계기로 더 독해지겠다”고 말했다.

  여자 49㎏에 출전한 강보라(23·영천시청)는 16강에서 중국의 궈칭(23)에게 라운드 점수 0-2로 졌다. 1라운드를 2-5로 내준 강보라는 2라운드에서도 종료 4초를 남기고 감점을 받아 0-1로 졌다. 강보라는 “오른 발가락 부상이 있어 수술을 해야 한다. 1경기만 이겨보자는 생각을 하고 왔다. 아픈 것 치고는 잘 했다고 생각하지만 (부상으로) 더 이상 할 수 없는 게 없어 아쉬웠다”고 말했다.

  이날 남자 80㎏급에서는 알레시오가, 여자 49㎏급에서는 튀르키예의 메르베 딘첼(24)이 각각 금메달을 획득했다. 대회 3일차까지 치러진 현재 한국은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를 획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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