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상욱 기자
▲ 박상욱 기자

대한태권도협회(회장 최창신, 이하 KTA) 모 임원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모 임원은“박 기자 이번 사태(이사헌 사무1처장의 국가대표 지도자 선발 부정 개입 의혹)의 피해자는 누구야?”는 질문을 했다. 모 임원이 피해자가 없다는 의미로 이런 말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 기자는 판단하고 싶다.

이런 판단을 하면서도 모 임원뿐만 아니라 최창신 회장을 포함한 KTA 집행부가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얼마만큼 인지하고 있는지 궁금해 졌고, 왜 일선 현장의 지도자들에 사죄의 말 한마디 안 하는 지 의문을 품게 했다.

이번 이상헌 사무1처장의 국가대표 지도자 선발 부정 개입 의혹이 불거지고 증폭되면서, 가장 큰 피해자를 꼽으면 지금 이 시각에도 현장에서 선수들과 땀 흘리는 일선 지도자들이다. 지도자들이라면 누구나 국가대표 지도자로 선발돼 국제대회에 참가해 땀 흘린 만큼의 결실을 맺는 게 꿈이자 목표 일 것이다.

이번 사태는 지도자들의 이러한 꿈을 산산 조각내면서, 현대판‘성골 진골’이 존재해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된다는 불신을 심어 주기에 충분했다. 또한 일선 지도자들이“이런 꼴 보려고 내가 지도자 생활을 하는 지”란 자조적 웃음을 짓게 했다.

능력보다 특정인의 입김이 우선시 되고, 국가대표 지도자 선발의 공정하고 투명한 시스템이 붕괴되는 말도 안되는 현실이 일선 지도자들 눈앞에서 벌어져“능력을 갖추면 뭐해, 노력하면 뭐해, 어차피 선발 될 사람은 정해져 있는데”라는 생각에 자포자기 하면, 어쩌나 우려마저 든다.

꿈을 향해 달리고 있지만 말도 안 되는 이유로 한계에 부딪치고 좌절한다면, 일선 지도자들이 갖게 될 상실감은 누가 보상해줄 것인지. 이번 사태로 현장의 지도자들이 입게 될 정신적 충격과 상실감에 대해 단 한 번이라도 KTA 집행부가 생각해보았다면, 이번 사태의 최대 피해자는 현장의 일선 지도자들이라는 기자의 말에 공감할 것이다.

KTA는 이번 사태가 발생하자마자 일련의 행보를 보였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빼 먹은 것 같다.

일선 지도자들에 대한 사죄이다. KTA가 일선 지도자들의 마음을 최소한이라도 생각했다면, 상실감에 빠져있을 이들을 위로해주고 격려해주면서 투명하고 공정한 국가대표 지도자 선발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말 한마디는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다.

일련의 행보가 사태를 급하게 덮으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KTA가 나름대로 행보를 보였지만 이러한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는 것은 진정성 있는 사죄가 없었기 때문이 아닌 가 싶다.

일선 지도자들의 꿈을 부셔버린 것에 대한 미안함, 종주국 태권도협회의 치부를 드러내며 KTA 이미지를 실추 시킨 것에 대한 뼈를 깎는 반성의 마음을 담은 사죄가 있어야 될 것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번 이 처장 사태의 최대 피해자는 현장의 일선 지도자들이다.

KTA가 일선 지도자들을 수직적 관계에서 수평적 동반자적 관계로 생각한다면,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다면, 사죄의 말이 나와도 벌써 나와야 했다.

저작권자 © WTN 월드태권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