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상욱 기자
▲ 박상욱 기자

대한민국 체육계가 미투로 일파만파다.

모지도자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는 대한민국 쇼트트랙 간판인 A선수의 폭로에 이어 전 유도선수 출신 B씨가 성폭력 피해를 폭로해 체육계 성폭력이 사회적 큰 이슈로 떠올랐다.

태권도계도 전 대한태권도협회 모 이사의 20년 전 체육관 성추행 사건이 언론을 통해 보도돼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성폭행은 단순히 성행위를 강압적으로 한 것에 지나지 않는 인격 살인이다. 성폭행 피해자는 엄청난 트라우마에 휩싸이게 되고 일부는 이로 인해 여성성 남성성 상실에 자괴감을 느껴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한다. 성폭행은 그만큼 죄질이 더럽고 추악하고 살인과 비슷한 행위인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이슈가 된 성폭행 사건들을 보면 수년간 이어졌거나 오래 시간이 흘렸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 말을 다시 생각해보면 수년간 이어졌는데 단 한 번도 말을 하지 않았다. 심지어 10대 시절에 그런 흉악한 짓을 당했음에도 한 번도 말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필자는“본인이 인격살인을 그것도 단발성이 아닌 수년간 지속된 성폭행을 당했음에도, 이에 항거했을 때 내가 받을 불이익과 돌아올 부메랑이 두려워서 침묵하지 않았을 까?”라고 생각해 봤다.

여기에는 체육계의 시스템이 인격살인을 당했음에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만들었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체육계 미투가 터지자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대국민 사과를 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성폭행 가해자에 대한 처벌 확대, 감시체계 구축 등 을 대책으로 내놓았다.

하지만 폐쇄적인 조직문화와 선수를 코치의 소유물처럼 생각하는 구시대적 발상 등을 해결하지 않으면 대책은 말로만 끝날 수 있다.

대한체육회도 대책을 내 놓았지만 제 식구 감싸기 논란으로 이어졌다. 대한체육회은“성범죄가 발생할 경우 외부 여성 기관 등에 범죄의 경중을 묻고 그 결과를 전달받을 예정이고, 그 후에 징계 수위에 대해서는 대한체육회가 자체적으로 결정하게 된다”고 밝혔다.

결국 제 식구 감싸기의 핵심 문제였던 대한체육회의 자체 징계는 계속 유지하겠다는 뜻이어서 비난이 쏟아지고 있고, 제 식구 감싸기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폐쇄적 조직문화, 구시대적 발상, 제 식구 감싸기 등이 계속 이어진다면 체육계 성범죄는 끊임없이 발생할 가능성이 농후한데, 이를 개선할 알맹이가 빠진 대책은 인격살인이나 다름없는 성범죄가 다시 고개 들 확률이 매우 높다.

엘리트 체육에서 일반 사회와 단절된 운동선수 문화, 코치 감독의 지나친 영향력 등 체육계에서 성범죄와 폭행이 발생하는 큰 이유인데 이런 문제들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체육계의 선진 시스템 도입이 시급하다.

눈을 태권도계에만 돌리고, 전 KTA 모이사의 성추행 사건을 언급 하고 싶다. 모이사의 행위는 당연히 잘 못된 것이고 그에 합당한 처벌을 반드시 받아야 만 한다. 20년 전 발생한 사건이어서 공소시효의 법적인 해석을 떠나, 학교 태권도 지도자 및 일선 태권도 도장 지도자들에게 그 여파가 어디까지 미칠지 예상하기 어려워 걱정이 앞선다.

그러면서도 20년 전 있었던 일이 현재 다시 논의 된다는 게 태권도계가 그동안 이런 범죄에 관대했다는 걸 보여주는 것인지 아니면 과거를 들춰 거울삼아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하고자 하는 초석을 삼고자 하는 것인지? 필자는 후자이길 간절히 바란다.

KTA에 이번 체육계 사건과 전 이사의 사건을 두고 한 가지 건의를 한다면, 소나기를 일단 피하고 보자는 식의 안일하고 형식적이거나 미봉책을 떠들썩하게 내놓지 말라는 것이다. 단 한 가지를 내놓더라도 실현가능하고 강경한 대책을 내 놓기를 바란다.

무엇보다 KTA는 상위 단체와의 성범죄 대책에 보조를 맞추며 태권도만의 시스템 변화와 교육을 집중 할 수 있는 장치 마련에 힘써야 할 것이다. 태권도계 지도자는 학교에서 선수들을 지도하는 지도자, 일선 도장에서 아이들을 지도하는 지도자 등이 있어 각 특성에 맞는 시스템 변화와 교육프로그램이 절실하다.

더불어 각 시도협회는 물론 연맹체도, 자체적인 성범죄 예방 교육을 강화시키고 성범죄로부터 안전할 수 있는 시스템 변화를 해야 한다.

개인의 인격을 말살하는 흉악한 범죄이기에 큰 바람만 피해가자는 구시대적 사고에서 벗어나 상향식 하향식 가리지 말고 시스템 변화와 교육에 집중하는 태권도계가 되길 바란다.

겨울 한파를 땀으로 이겨내며 이 시각에도 훈련에 여념이 없는 대한민국의 태권도 선수들. 이들 모두 소중한 태권도의 자산이다. 우리의 소중한 자산이 파괴되거나 스스로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태권도계의 새로운 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 성범죄뿐만 아니라 폭행 등 인격 살인이나 다름없는 범죄로부터 안전지대를 만들 줄 새로운 시스템 도입을 머리 맞대고 논의 할 때가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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