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기원 이사들, 오 원장 준 떡고물에 재갈 물렸나?

박상욱 기 자
박상욱 기 자

2018태권도인의 날인 4일 밤 11시10분 MBC PD수첩은‘추락한 태권도 성지, 누구를 위한 국기원인가?’제목으로 오현득 국기원장의 비리 의혹을 보도했다.

뜻 깊은 날,‘비리 백화점’을 방불케 하는 참담한 내용이 담긴 방송이 전국방방곡곡에 전파됐다. 유감스럽게도 불미스러운 일로‘오현득과 국기원’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아져, 방송이 끝나자마자‘오현득, 국기원’은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진출했다.

PD수첩은 해외 파견 사범에 대한 갑질 의혹에 더해, 올해는 테러 교사에 성상납 의혹까지 제기했다. PD수첩은 러시아 여성을 소개해 달라는 오 원장의 지시를 받았다는 정부 파견 사범의 증언을 확보하고, 방송관계자가 직접 그 여성을 만나기 위해 러시아로 찾아갔다고 밝혔다.

이날 방송을 통해 오 원장의 부끄러운 민낯이 드러났다.

해외에서 국기원을 대표하는 자로서 태권도 보급과 홍보에 힘써야 할 사람이, 이 시각에도 지구촌 곳곳에서 태권도를 위해 땀 흘리는 사범들을 위로해주고 격려해 줘야 할 사람이, 그들 위에서 갑질 하고 성상납을 요구하는 왕으로 전락한 것으로 보도됐다.

또한 원장으로서 품위를 지켜야 할 사람이, 표리부동(表裏不同) 하며 성상납 받고, 향응에 빠진 괴물처럼 방송돼 태권도 정신 중 하나인 염치(廉恥)를 모르는 것 같았다.

특히 단증장사꾼이란 의혹을 받고 있는 대목은 충격적이었다. 수 십 년간 태권도 수련으로 명예로운 단증을 따낸 국내외 사범들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 방송에서 모 사범은“단증을 찢어버리고 싶었다”고 밝혀 가슴이 먹먹해졌다.

이날 방송에서 더욱 부끄러운 것은 국기원 이사들이 오 원장을 바라보는 시각과 평가였다. 한 개인의 평가여서 이사진 전체 시각이자 평가였다고 확대 해석했다고 꼬집을 수 있으나, 지금까지 오 원장을 놓고 불거진 문제들이 심각한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견제는커녕 따질 것 따지지 못하고‘꿀 먹은 벙어리’로 지낸 지난 세월을 볼 때, 이사 전체의 시각이자 평가로 필자는 해석하고 싶다.

방송은 오 원장이 국기원 예산으로 이사들에게 선심 쓰듯 돈으로 관리한 것으로 보도했다. 결국 국기원 오 원장을 포함한 집행부를 견제해야 할 이사들은 오 원장이 준 떡고물에 재갈 물려 아무 말도 못했다는 것을 방증했다.

국기원 주무부서인 문화체육관광부의 앞으로 행보가 중요해 졌다. 오 원장을 규탄하고 국기원 미래를 걱정하는 대다수 사범들은 문체부에게‘국기원 특별감사’를 요구하고 있다.

검찰과 경찰의 오 원장 수사와 별도로 문체부는 특별감사를 통해 국가보조금이 제대로 사용됐나? 방송처럼 오 원장이 해외에서 무엇을 어떻게 했는지, 명예로운 단증을 돈벌이로 전락시켰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오 원장을“조직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옹호하는 일부 국기원 직원들도, 국기원이 어떤 존재인지 다시금 생각해야 보는 건 어떤가? 혹‘오 원장=조직’이란 등식은 아닌지?

여기에 더해 국기원이 지구촌 태권도인, 사범들을 위해 존재한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방송 마지막에 한 태권소년의“태권도는 우리나라의 자랑스러운 운동”이란 말을 훌륭한 우리의 문화유산이자 한류 상품인 태권도란 큰 우산 밑에 있는 사람들은 곱씹고 또 곱씹어 봐야 한다.

이 태권소년의 말에 필자는 기자로서 많이 부끄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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