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이야기를 하나 전하고자 한다.

옛날 아주 옛날에 지혜롭기로 유명한 어느 왕이 불현 듯 백성들의 마음을 알아보고 싶어서 몇몇 신하들과 함께 평민복장을 하고 궁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여기저기 둘러보다가 사람들이 가장 많이 다니는 거리에 이르러 밤이 되기를 기다렸다. 사람들의 왕래가 끊긴 깊은 밤. 왕은 신하들을 시켜 길 한 가운데 커다란 돌을 가져다 놓게 했다.

아침이 되어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한 장사꾼은 큰 돌이 길가에 놓여있는 것을 보고는 인상을 찌푸리며 “아침부터 재수 없게 돌이 가로막고 있다니! 에잇” 하고 짜증을 내며 피해서 갔다. 잠시 후 포도청에서 일하는 사람이 바쁜 걸음으로 가다가 돌을 발견하고는 “누가 큰 돌을 길 한복판에 들어다 놨지? 잡히기만 해봐라. 가만두지 않을 테다.” 하고 씩씩거리며 지나갔다. 뒤이어 온 젊은 사람은 돌을 힐끗 보더니 빠른 걸음으로 지나가버렸다.

얼마 뒤 한 농부가 수레를 끌고 지나게 되었다. 돌 앞에 걸음을 멈춘 농부는 “이렇게 큰 돌이 길 한복판에 놓여 있으면 지나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불편을 겪겠어.” 하며 수레를 이용하여 돌을 길가로 치웠다. 그런데 돌을 치우고 보니, 돌이 놓여있던 자리에는 비단으로 만든 보자기가 있었다. 그리고 그 보자기에는 왕이 친필로 쓴 편지와 금 100냥이 들어 있었다. 편지에는 ‘이 돈은 이 돌을 치운 사람의 것이다.’라고 쓰여 있었다.

그리고 또 다른 이야기.

옛날 옛날에 마음씨 착한 부자가 두 하인을 이만 풀어주기로 했다. 주인은 하인들을 해방시켜 주기 하루 전날, 두 하인에게 마지막으로 새끼줄을 꼬라고 했다. 하인 중 한 명은 마지막 날인데다가 주인이 지켜보지도 않으니, 그저 일을 시킨다고 투덜대며 허술하게 새끼줄을 꼬았다. 그렇게 만든 새끼줄은 지저분하고 무척 굵기만 했다. 다른 한 명은 평소와 같은 마음으로 밤새 정성껏 일했다. 그는 주인이 지켜보든 아니든 그저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했다. 그렇게 그가 만든 새끼줄은 가늘고 길었다. 다음날 아침 주인이 말했다.

“이제 너희는 자유의 몸이다. 애써 일한 대가로 어제 꼬았던 새끼줄에 여기 있는 엽전을 꿸 수 있는 만큼 꿰어 떠나거라.”

그 옛날이야기의 결과야 뻔하다. 끝까지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했던 한 명은 그 많은 엽전을 다 꿰어 가져갔고, 불만과 게으름으로 가득 차 최선을 다하지 않았던 한 명은 엽전을 제대로 챙기지 못 했다.

이처럼 자신이 노출될 염려가 없을 때 최선을 다하지 않고 함부로 행동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누구나 그럴 수 있고, 그런 마음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공인은 항상 주위를 경계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잠시 자신을 망각하는 사이에 누군가 자신의 행동을 훔쳐보고 있을 지도 모른다.

우리 심판들은 태권도 경기장에서 누가 쳐다보든 말든 항상 최선을 다한다. 우리가 하고 있는 최선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필자가 아는 어느 후배는 길가에 버려진 담배꽁초를 볼 때마다 주워서 쓰레기통에 넣는다. 누가 그렇게 하라고 해서 하는 것이 아니다. 누가 보든 말든 자신이 할 수 있는 선을 행하는 것이다. 이렇게 남에게 보이진 않지만 혼자 있을 때도 스스로를 관리할 때, 그러한 습관은 물에 물감을 푼 듯 남들에게 보이는 행동에도 서서히 베어날 것이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누가 보지 않아도 우리는 잘 해나가고 있고, 잘 해나갈 것이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최선을 다해 온 우리가 아니던가. 그러니 혹시 누가 보지 않을 땐 최선을 다하지 않는 이들이 있다면 이 말을 전해주고 싶다.

“누구도 보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면서 하는 행동이 그 사람의 됨됨이를 말한다.” 토머스 B.매컬리의 말이다.

- 대한태권도협회 상임심판 엄영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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