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한라체육관에 가면 제주에서는 상당히 유명한 인사가 한 분 계시다. 일명 ‘친절한 영자씨’라고 불리는 대회 자원봉사자 분. 이번 평화기대회와 2017 국가대표 선발전에 참여한 대회 임원 및 심판들 중 그분의 친절함과 따스함에 반하지 않은 사람이 없고, 따뜻한 차 한 잔 받아 마시지 않은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분을 비롯하여 이번 대회에 자원봉사 나오신 많은 분들 덕분에 제12회 평화기대회와 2017 국가대표 선발전이 무사히 치러질 수 있었다.

  이번 대회는 무엇보다 최창신 호의 첫 출발점에서 치러지는 대회였던 만큼 기대와 염려가 큰 대회였다. 특히 심판부에서는 첫 단추를 잘 꿰지 못하면 앞으로 순항이 어려울 수 있다는 염려 때문에 더욱 긴장하며 이번 대회를 맞이했다. 이종관 위원장과 천우필 부장은 누구보다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내야만 했을 것이다. 하루 종일 경기장에서 새로 바뀐 경기규칙 적용 때문에 긴장을 늦출 새 없이 한 순간도 다른 생각, 다른 곳을 쳐다보지도 못했다. 그리고는 경기가 끝나고 저녁에 숙소에 돌아와서는 밤 8시에 지하벙커에서 그날의 경기규칙적용에 따른 열띤 토론을 벌이는 날들의 연속이었다. 취침시간은 잠을 자는 시간이 아니라 피로 때문에 파김치가 돼서 지쳐 쓰러지는 시간이었을 것이다. 그런 노력 덕분에 이번 대회는 성공적으로 치러질 수 있었다.

  특히 심판부가 노심초사 끝에 결정한 주심전담제 심판 수행은 참으로 잘된 결정이었다. 4심제에서 2심만 주심을 보고 교대하는 방식은 주심으로 배정된 심판들에게는 많이 미안한 일이지만, 국가대표 선발을 말썽 없이 치루기 위한 고뇌에 찬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힘든 내색 없이 주심 업무를 성공적으로 마친 심판들에게도 감사의 말과 아울러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번에 세계태권도연맹에서 새롭게 내놓은 경기규칙은 다소 아쉬운 점은 있지만 조금만 손질하면 재미있는 태권도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세계태권도연맹 집행부에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할 것을 간곡히 부탁한다. 태권도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고 올림픽 무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몇 사람만의 아집에 휘둘려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태권도가 단 몇 사람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 태권도는 이제 세계인의 것이라는 것을 항상 기억해야한다.

  이번 대회가 무사히 끝날 수 있도록 도와주신 제주도 협회 신 집행부 및 경기장에서 수고하신 모든 분들의 건승과 태권도의 발전을 진심으로 기원한다.

- 상임심판 엄영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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