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 초년 태종이 말했다.

“군주의 도리는 백성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오. 만일 백성들의 이익을 손상시켜가면서 사사로운 욕심을 채운다면, 마치 자기 넓적다리를 베어 배를 채우는 것과 같아서 배는 부를지언정 곧 죽게 될 것이오. 만일 천하를 안정되게 하려면 먼저 군주 자신의 행동을 바르게 해야 하오. 몸은 곧은데 그림자가 기울고, 윗사람이 훌륭히 다스리려고 노력하는데 아랫사람들이 혼란스러운 경우는 없소. 늘상 자기 자신을 상하게 하는 요소는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의 탐욕스러움이 재앙을 부르는데 있다 생각해왔소. 만일 산해진미만을 추구하고 노래와 춤 그리고 미녀들에게 빠져 허우적거린다면 이러한 욕망은 한없이 많아질 것이고, 이것은 결국 정사에 막대한 지장을 주어 백성들이 근심을 끌어안고 살아가게 할 것이고, 또 군주가 이치에 맞지 않는 말을 한마디라도 한다면, 백성들은 그 때문에 사분오열할 것이고, 마음을 바꾸어 원한을 품고 모반하는 이가 생길 것이오. 나는 항상 이러한 이치를 생각하고 감히 나 자신의 욕망을 따르는 행동을 하지 않았소.”

태종의 말에 간의대부 위징이 말했다.

“옛날 현명한 군주들은 모두 가깝게는 자기 자신에게서 원인을 찾아 행동했습니다. 그래서 온갖 사물들을 두루 살필 수 있었습니다. 과거 초장왕은 섬하를 초빙하여 나라를 다스리는 요령에 관해 질문했습니다. 섬하는 자신의 몸과 마음을 수양하는 방법으로서 나라를 다스리면 된다고 답했습니다. 초장왕이 또 이와 같은 방법으로 나라를 다스리면 어떠한 효과를 거둘 수 있는지에 대해 물었습니다. 섬하는 군주 자신의 품행이 단정한데 나라가 안정되지 못했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고 답했습니다. 폐하계서 밝힌 도리는 고대 성현들이 말씀하신 뜻과 같습니다.”

지금 우리 태권도계는 통합선거 열풍이 한창이다. 크고 작은 선거가 여기저기서 치러지고 있고, 앞으로도 치러질 계획이다. 몇몇 지역에서는 서로 상충된 의견들 때문에 고소, 고발까지 생겨나고 있는 실정이니 깨끗하고 공명한 선거는 벌써 물 건너 간 것인가 싶은 우려가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일수록 실제 리더가 되고자 선거에 참여한, 혹은 참여할 계획인 후보들은 자기 자신을 돌보고 바르게 해야 한다. 자기집단의 밥그릇 챙기기 이익만을 앞세우는 생각에 몰입해서는 안 된다. 태권도는 누구의 것이 아니다.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언제나 그 자리에 있을 뿐이다. 태권도 판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생각에 귀를 열어 들을 줄 알아야하고, 태권도인 모두가 주인이 되는 협회를 만들어갈 수 있어야 진정한 리더가 될 수 있다. 이는 필자 뿐만 아니라 모든 태권도인들의 간절한 소망일 것이다.

얼마 남지 않은 통합태권도협회장 선거에는 이미 출마의 변을 밝힌 최창신 세계연맹고문을 비롯하여, 현 회장인 이승완 회장, 이언기 전 삼성건설부사장, 모 대학교수, 모 연맹회장, 전 국회의원 등 여러 인사들이 자천타천으로 거론되고 있다. 필자는 이 분들께 필히 부탁드리고 싶다. 스스로 바른 사람이 되시라. 그리고 태권도인들을 생각해주시라.

“군주는 배와 같고 백성은 물과 같다. 물은 배를 띄울 수도 있고, 뒤집어버릴 수도 있다.”

 

- 상임심판 엄영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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