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태종이 신하와 정치에 대한 문답을 나눈 것을 정리한  <정관정요>에는 이런 부분이 있다고 한다.

태종은 위엄이 있고 용모가 엄숙하므로 문무백관 가운데 나아가 알현하는 사람들은 모두 행동거지에 있어 당당함을 잃었다. 태종은 아랫사람들의 이러한 상태를 알고부터는, 어떤 일에 대해 보고하는 관리들을 접견할 때마다 안색을 부드럽게 하였고, 신하들의 직언과 간언을 듣고 정치교화의 이해득실에 대해 알기를 희망했다. 또한 나라를 세운지 얼마 후에는 대신들에게 이런 말을 했었다고 한다.

“사람이 자기 얼굴을 보려면 반드시 맑은 거울이 있어야 하고, 군주가 자신의 허물을 알려면 반드시 충직한 신하에 의지해야 하오. 군주가 만일 스스로 현인이나 성인이라고 여기고, 신하도 정확한 의견을 제시해 바로잡지 않는다면, 이런 상황에서 위험과 실패를 면하는 것이 어찌 가능하겠소? 군주가 국토와 사직을 버리면 신하 또한 자신의 집안을 보존할 수 없소. 수양제는 잔인하고 포악하여 신하들이 입을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기에 자신에게 어떤 허물이 있는 지를 듣지 못했소. 결국 나라는 멸망했소. 이것은 오래 전의 일이 아니오. 그러니 대신들은 내가 백성에게 불리한 일을 하는 것을 본다면, 반드시 거리낌 없이 직언을 부탁하오.”

“현명한 군주는 항상 자기에게 단점이 있음을 생각하여 나날이 좋아지지만, 어리석은 군주는 자기의 단점을 옹호하며 영원히 어리석어지게 되오.”

  필자는 당 태종의 이러한 처세를 배워야할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바로 세계연맹총재, 국기원 원장, 대한태권도협회를 이끌어가는 수장과 같은 사람들 말이다. 어떤 일, 단체의 대표 격인 사람들은 구성원들에게 귀와 마음을 열어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단순히 듣기 좋은 말만 듣지 말고, 그들의 진심어린 간언에도 귀를 기울이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필자가 재미있는 태권도를 위해 간언을 하나 적어보려 한다.

첫 번째는 현재 세계연맹에서 실행하고 있는 올림픽 랭킹 포인트 제도에 관한 것이다. 이 제도는 과연 문제가 없는 제도일까. 필자는 이에 대해 다양한 지도자들을 만나 얘기를 나눠봤다. 

한 실업팀 지도자는 국가별로 출전할 수 있는 선수들의 기회가 많아졌다며, 이 제도에 대해 좋은 제도라는 의견을 보였지만, 한 대학의 지도자는 현 제도가 빈익빈 부익부 현상과 같은 제도라며 부정적 견해를 보였다. 올림픽이 끝나면 랭킹 포인트가 다시 시작되어야 또 새로운 실력 있는 선수가 림픽이라는 꿈의 무대를 꿈꿔볼 수 있는데, 현 제도는 한번 올림픽 나갔던 선수가 계속 나가기 유리한 제도라는 것이다. 또한 한 고등학교의 감독은 국가대표 1, 2, 3진을 선발해 국가에서 지원해주고, 고등부 선수들은 주니어세계대회에서 우승한 선수에게도 랭킹 포인트를, 대학부에서는 세계대학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선수에게도 랭킹 포인트를 주어야한다고 생각을 밝혔다. 현 제도는 개선, 보완되어야할 부분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세계연맹 조정원 총재는 이렇게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는 랭킹 포인트 제도에 대해 각국 지도자들이나 관련자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여, 개선해야할 부분은 개선해나가야 한다. 현 제도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어떤 선수들에게 올림픽은 꿈도 꿔보기 힘든 무대로 남을 것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개선을 논의해야할 문제가 있다. 예전부터 필자가, 그리고 많은 태권도인들이 얘기하고 있는 득점제도. 그 중에서도 발바닥 센서 제거에 대한 문제 말이다.

우리는 이번 리우올림픽을 겪으면서 이 문제가 매우 심각한 문제라는 것에 또 한 번 직면하고 말았다. 정말 단순명료하게 얘기해서, 발바닥 센서 때문에 태권도가 재미없는 것이다. 선수들이 발을 들고 서로 눈치만 보게 되는 것이다. 태권도 경기라 하면 화려한 발차기와 화끈한 타격을 기대하게 되는데, 정작 선수들은 서로 발바닥 센서로 상대방을 터치할 생각만 하게 되는 것이다. 이를 보면서 화끈한 경기를 하지 못한 선수들만 탓할 수 없다. 그게 가장 안전하게 이길 수 있는 방법인데, 승부의 세계에서 어찌 이기는 방법을 택한 선수를 탓하랴. 근본적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발바닥 센서를 제거할 수 없다면 그대로 두되, 심판들이 발바닥에서 나오는 득점을 따로 판단하게 하면 된다. 제대로 된 타격이 아니라 발바닥을 통한 터치나 밀기 등으로 나오는 득점은 득점으로 인정하지 않으면 된다. 그렇게 되면, 화려한 기술들로 연결되는 발차기들이 속출할 것이다. 이는 필자의 오랜 심판생활을 통해 감히 장담할 수 있다. 

또한 기술(공격방법)별로 차등 득점제도를 보다 다양하게 운용하면, 보다 화려하고 재미있는 경기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주먹공격 1점, 몸통 돌려차기 2점, 턴 돌아서 몸통차기나 뒷차기는 3점, 얼굴 직선 공격 4점, 얼굴 회전차기 5점과 같이 다양한 득점방식 제공을 통해 선수들이 보다 다양한 공격을 진행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러한 변화들이 태권도에도 생긴다면, 더 이상 태권도가 올림픽에서 퇴출되어야한다는 이야기들은 사라질 것이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현명한 리더는 항상 아랫사람들의 간언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태권도 발전을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고 계실 많은 리더들께서는 태권도의 백년대계를 위해 필자의 간언에, 그리고 수많은 태권도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주시길 바란다.

- 상임심판 엄영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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