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사랑하고, 위해주어도 부족한 시간에 우리는 서로에게 적잖은 상처와 분노를 안겨주곤 한다. 일부러 그런 상처와 분노를 안기는 악질적인 사람도 있기야 하겠지만, 거의 대부분은 일상에서 자신도 모르게 사소한 표현들로 상대에게 상처와 화를 전달하기도 한다. 무례한 태도와 얼토당토않은 요구, 무책임하거나 부당한 발언 등. 이상한 계산법으로 상대의 분노를 부채질하는 사건과 사람들은 사방에 지뢰처럼 깔려 있다.

 
그럴 때 발생하는 분노는 예기치 않은 복병 같은 존재다. 이때 이 분노를 주체하지 못해 자신도 상대에게 주워 담을 수 없는 말을 감정적으로 내뱉고, 보는 대로 하고 싶은 말을 다 내뱉는다면 분노라는 복병에게 어이없이 패배한 자신의 모습에 분명히 후회를 하게 될 것이다. 뒤늦게 후회해봤자 개인적인 관계에 있어서는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없음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한 번 더 숨을 고르고, 스스로의 분노를 쥐락펴락할 수는 없을까.
 
“화가 나면 열까지 세고 상대를 죽이고 싶거든 백까지 세라” 는 말이 있다. 하지만 이 말을 실천하기란 쉽지가 않다. 나와 성향이 다른 사람의 언행을 이해하기란 너무나 어렵고, 또 그렇게 이해가 되지 않으면 화가 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이 화는 어찌나 무서운지, 타인에게 향하여 또 다른 상처와 분노를 유발케 할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의 모습도 철저히 망가뜨려 버린다. 타인과의 관계는 물론이고, 자기 자신과의 관계마저 닫혀버리게 하는 것이다.
 
“화는 나와 타인과의 관계를 고통스럽게 하며, 인생의 많은 문을 닫히게 한다. 따라서 화를 다스릴 때 우리는 미움, 시기, 절망과 같은 감정에서 자유로워지며, 타인과의 사이에 얽혀있는 모든 매듭을 풀고 진정한 행복을 얻을 수 있다.” 는 틱낫한 스님의 말씀이 있었다.
 
스님의 말씀처럼 화를 다스리며, 상대방이 틀린 것이 아니라 나와 다른 것이라는 것을 인정하며 생각하면, 화날 일도 줄이고, 어려운 순간에 이미지 관리도 좀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다.
 
올 한해를 마무리하는 태권도 대회가 지난 6일부터 10일까지 충남 서천에서 열렸다. 충남 서천은 전국 규모의 대회가 처음 열리는 곳이기도 하고, 다른 지역 행사와 일정이 겹쳐, 여러 가지로 어려운 상황이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회가 성공리에 마칠 수 있도록 나동식 회장, 김영근 전무이사, 그리고 사무국장 및 지역 자원 봉사자 분들까지 모두가 경기장에 나와 대회를 빛나게 해주었다. 그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어느덧 2015년도 한 달 여를 남겨두고 있다. 화나는 일, 우리를 분노케 하는 일들도 꽤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 분노에 똑같이 분노로 대응하지 말고, 조금 더 침착하게, 조금 더 차분하게 자기 자신의 위치를 지킨다면, 타인과의 관계는 물론, 자기 자신의 발전에도 더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상임심판 엄영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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