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체육회는 2014년 6월부터 각 스포츠 경기단체 심판들의 불공정성을 없애고, 경기장 내 올바른 판정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대한체육회 상임심판제도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각 경기단체들마다 저마다의 상임심판제도는 있었지만, 그것을 통합하여 대한체육회 차원에서 운영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기존에 다소 부족하고, 미흡했던 각 경기단체 심판들의 심판활동여건을 대한체육회 차원에서 개선해주고, 이를 통해 심판 직위의 독립성 및 전문성을 확보하도록 하였다.

그렇게 2014년 6월 시범사업으로 시작된 이 제도는, 현재 총 10종목 78명의 상임심판원들로 구성된 규모 있는 제도가 되었다. 사실 초반에는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이제는 제법 규모와 규칙이 갖춰져 안정화 되어가고 있는 시점이라 볼 수 있겠다. 이제야 이렇게 자리를 잡아가는 대한체육회 상임심판제도를 위해 지난 1년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사실 어느 스포츠 경기든 간에, 심판은 백 번 잘 하다가 한 번만 잘못하게 되면 온갖 야유와 비난을 듣는 대상이 된다. 선수들은 심판에게 눈을 흘기고, 흥분한 감독과 관계자들, 그리고 관중들은 온갖 거친 말과 폭력으로 심판에게 상처를 준다. 물론 당연한 이야기다. 공정하고 올바른 판정을 하라고 임명한 심판이 오심을 한다면, 그건 당연히 비난을 받을 일이다.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를 생각했을 때 오는 서운함 역시, 온전히 심판만의 몫이다. 심판을 비난할 때는 많아도, 심판을 칭찬하는 일은 거의 없는 현실에서 오는 서운함 말이다. 심판은 누구에게나 사랑 받지 못하는 존재요, 비난의 대상일 뿐이다. 사실 대부분의 심판들은 그저 묵묵히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해나갈 뿐인데, 그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펼쳐진 한 번의 실수가 가져다주는 상처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물론 심판이 한 번 저지른 오심은 수많은 선수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가 되기도 한다는 점을 알고 있다. 심판의 오심으로 인해 직접적으로 선수 생명이 끝나는 경우도 있고, 마음에 상처를 입어 스스로 선수생활을 그만두려 하는 선수도 있으니 말이다. 굉장히 가슴 아픈 일이다. 심판의 잘못된 판정으로 인해 이런 일은 발생하지 않도록 우리 심판들 스스로 더 노력해야한다.
 
대한체육회의 상임심판제도는 이런 점에서 굉장히 좋은 제도라고 할 수 있겠다. 심판들의 오심을 줄여보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대한체육회 차원에서 벌이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상임심판 선발 시, 확실한 기준으로 심판의 능력에 따라 인원을 선발하고 있고, 그렇게 선발된 상임심판들이 스스로 꾸준히 자기 능력향상을 위해 집중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갖춰가고 있다. 심판들에게 월별로 활동한 내역을 보고서로 받아 업무를 확인하고 있으며, 단순히 심판활동 뿐 아니라, 관련 교육 및 참관활동 등을 통해 심판 자질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니 대한체육회 상임심판으로 선발된 인원들은 자신의 업무에 엄청난 책임감과 중압감을 인지하고, 스스로 꾸준히 노력할 수밖에 없다. 잘 된 일이다.
 
우리 대한태권도협회 상임심판들도 마찬가지다. 높은 경쟁률 속에서 선발된 인원들이니 만큼, 외부에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지 않도록 무척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혹시 거만해지거나 나태해지지 않도록 늘 마음을 다 잡으며 심판 활동에만 정진하고 있다.
 
그 덕분에 지난 1년은 우리 상임심판들에게는 의미 있고, 보람된 시간이었다. 오랜 세월을 심판으로 활동했지만, 이렇게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심판활동을 하는 느낌은 필자도 처음이기 때문이다. 이건 단순히 필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결과론적으로는 좋은 일이고, 과정을 생각하자면 부끄러운 일이다. 당연히 전문직으로 합당한 대우를 받아야했던 심판들에 대한 처우개선이 이제야 이뤄지고 있는 것이니 말이다. 그러니 이제부터라도 이 제도를 꾸준히 발전시켜나가야 한다. 대한체육회 상임심판이 모든 사람들에게 신뢰와 인정을 받아야 하고, 더 많은 경기단체들, 그리고 더 많은 상임심판들이 이 제도의 수혜자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 대한태권도협회 상임심판들도 더 많이 선발될 수 있도록 제도가 개선되어야 한다. 지금의 상임심판 인원으로는 부족하다. 대한체육회에서는 각 경기단체의 특성을 살펴서, 경기단체별 상임심판 인원을 재조정해야한다. 그렇게 된다면, 지난 1년보다 훨씬 희망적인 미래가 대한체육회와 한국 스포츠 산업 전반에 펼쳐질 수 있을 것이다.
 
지난 9월13일부터 21일까지 산소의 고장, 태백 고원체육관에서는 제24회 국방부장관기 전국 단체 대항 태권도대회 겸 2016년 국가대표 선발예선전이 열렸다. 대회기간 동안 전형적인 가을날들의 연속이었고, 그 속에서 선수들은 그동안 흘린 땀의 결정체를 맛보기 위해 마지막까지 있는 힘을 다했다. 그리고 심판들은 경기규칙에 입각하여, 심판 모두가 올바른 판정을 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선수와 학부모, 지도자들에게 존경은 못 받을지라도, 인정은 받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대회의 마무리 시점, 마지막 임원 미팅에서 윤웅석 의장은 “이번 대회에 고참들이 잘해주어 고맙게 생각한다. 허나 내가 요구하는 건 이정도가 아니다. 더 노력해야한다.” 고 말했다. 심판들은 더 노력해야하다는 말을 채찍으로 받아들이고, 말 그대로 꾸준히 노력해야한다. 심판이 나태해지면, 경기는 답이 없다.
 
대한체육회 상임심판제도가 1년이 되었다. 심판들도 노력하면, 전문직으로서 보다 많은 이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우리 대한태권도협회 상임심판들이 다함께 노력해서, 모두가 상임심판으로서의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는 환경 속으로 들어갔으면 좋겠다. 또 다시 1년 후에는 대한체육회 상임심판제도의 혜택을 받는 심판들이 더 많아지길 바래본다.
 
상임심판 엄영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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