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는 나와 타인과의 관계를 고통스럽게 하며, 인생의 많은 문을 닫히게 한다. 따라서 화를 다스릴 때 우리는 미움, 시기, 절망과 같은 감정에서 자유로워지며, 타인과의 사이에 얽혀있는 모든 매듭을 풀고 진정한 행복을 얻을 수 있다.” 고 말한 틱낫한 스님의 말씀은 오늘날 우리의 폐부를 찌른다.

화를 내는 순간의 자신을 가만히 들여다보자. 화라는 것은 나의 기대나 욕구가 채워지지 않아서 생긴다. 여기서 문제는 이 기대라는 것이다. 우리는 혹시 화를 낼 때마다, 그 상대를 너무 높이 평가하는 건 아닐까. 만나는 상대는 결코 나의 기대와 욕구를 다 파악할 만큼 대단한 능력의 소유자도 아니고, 그에 맞는 처세를 능숙하게 해낼 사람이 아닐 수 있는데, 상대를 너무 높게 평가 해버리는 건 아닐까. 상대에게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경기장에서 서로를 위하기만 해도 부족한 시간에 적잖은 상처와 분노를 안겨 주곤 한다. 무례한 태도, 얼토당토않은 요구, 무책임하고 부당한 발언 등이 서로의 분노를 부채질한다. 심판이라는 특성상 학부모와 지도자들에게 좋은 얘기나 칭찬만을 기대하지는 않지만, 동료 심판들끼리 그러한 얘기를 하는 것을 들을 때면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낀다. 누가 누구를 손가락질 하고, 돌아서서 육두문자를 써 가면서 욕을 하는가. 모두 다 누워서 침 뱉기다. 글은 지우면 그만이지만, 한번 입 밖에 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가 없으니, 항상 조심해야 한다.
 
인간이 가장 통제하기 어려운 감정은 분노라는 실험 결과가 있다. 주워 담을 수 없는 말을 감정적으로 내뱉는다면 반드시 후회하게 될 것이다. 이처럼 통제하기 어려운 분노를 통제하기 위해 기억해두면 좋은 효과가 하나 있다. 그것은 수면자 효과라는 것이다. 수면자 효과란, 같은 정보가 일정한 간격으로 또 다시 들어오지 않으면 앞에 들었던 생각이 잠든다는 것이다. 화가 나고, 분노가 치밀 때 이와 같은 방법을 이용하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 될 것이다. 잠깐 동안이라도 시간의 공백을 두어, 스스로 열을 식히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마음은 수면제를 먹인 듯 감정을 잠재운다.
 
나는 잠시 숨을 고르고 마음 속으로 열까지 세어 마음을 가라앉히곤 한다. 물론 생각대로 되지 않아 욱할 때도 있지만 말이다. 내가 이렇게 욱하고 감정 조절이 힘들 때는 상대와 나에게 수면제를 먹이자. 눈에 보이는 험한 말과 거짓말을 다 듣고 있노라면 그 어떤 성인군자라 해도 속이 뒤집힐 노릇일 것이니, 이때는 무슨 핑계를 대서라도 상대와 잠시 떨어져 있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란 말이다.
 
틱낫한 스님의 말처럼 “내가 맞고 상대가 틀린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를 뿐이다.”라고 생각 한다면 화낼 일도 줄어들고, 어려운 순간에 이미지 관리도 조금은 더 잘할 수 있다.
 
한방에서는 마음의 변화를 기쁨, 분노, 근심, 생각, 슬픔, 놀람, 공포 등 일곱 가지로 나눈다고 한다. 현대인은 칠정 중에서도 특히 분노, 근심, 생각 때문에 몸이 상한다. 분노는 간을, 근심은 폐를 주관하고 근심과 걱정은 기의 순환을 막는다. 심지어는 상대에게 화를 내다가 본인이 참지 못해 목숨을 내놓는 경우도 종종 뉴스에 등장하기도 하는 것을 보면, 우리는 분명히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분노를 통제할 필요가 있다.
 
“화가 나면 열까지 세고 상대방을 죽이고 싶으면 백까지 세라.”
 
항상 이런 말을 기억해두고 자신의 감정을 조절할 줄 아는 우리가 되었으면 한다. 필자도 다시 한 번 이런 말을 가슴에 새길 것이다. 많은 관중들 뿐 아니라 어린 선수들도 있는 경기장에선 특히나 조심할 것이다.
 
지난 5일, 강원도 영월에서 전국 어린이 태권왕 대회가 열렸다. 전국에 수많은 어린이들이 영월에 모여 그동안 갈고 닦은 기량을 자랑했다. 대회가 시작되기 전 윤웅석 의장은 “오늘 여러분들의 판정은 미래의 꿈나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게 됩니다. 단 한명의 어린이라도 가슴에 상처를 안고 가게해서는 안 됩니다.” 라고 당부했고, 대회는 다행히도 아무 탈 없이 무사히 잘 마칠 수 있었다. 끝으로, 이번 전국 어린이 태권왕 대회가 무사히 진행되도록 협조해주신 강원도 협회에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상임심판 엄영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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