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품새 대회에 관심을 가진 태권도인들이 많다. 품새 대회는 여러 면에서 필요한 부분이

 
 
태권도 품새 대회 규칙과 공산주의의 논리
태권도 품새 대회에 관심을 가진 태권도인들이 많다. 품새 대회는 여러 면에서 필요한 부분이다. 태권도 경기의 기술이 갖는 무도적인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한 대안이기도 하며, 동시에 다치기 쉬운 태권도 경기와 달리 안전하면서도 무도 정신을 더 쉽게 체험할 수 있다는 장점도 많이 강조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태권도인들은 태권도 품새 대회의 경기규칙에 대해서 비판을 쏟아낸다. 태권도 품새 대회의 경기규칙이란 어떤 것인가? 여러 상세한 내용들이 있지만 그 전체를 일갈해서 한 마디로 말한다면 이렇다. “규정에 정해진 자세를 만들어라. 그렇지 않으면 감점 당하리라!”필자가 나름대로 냉소적으로 정리했지만, 이것은 지금까지 필자가 몇몇 비판적인 태권도인들의 입장까지를 나름대로 소화해서 말한 것일 뿐이다. 어떤 비판자들은 그 규칙들이 “태권도인들을 로봇으로 만든다”고도 말하고 다른 비판자들은 “그 규칙들은 태권도를 보여주기 무술로 만든다”라고도 말한다. 그 내용인 즉, 예를 들어서 몸통막기를 한 팔의 굽힌 각도가 규정된 각도를 유지하지 못하면 감점을 당하는 것이 현재 태권도 품새 대회의 규칙인 것이다. 이런 태권도 품새 대회 규칙의 문제점에 대해 두 가지를 말하고자 한다. 첫째는 이것이 곧 공산주의의 논리와 매우 흡사하다는 것이며, 둘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이런 규칙밖에 만들지 못하는가 하는 원인 진단이다. 첫째, 감점에 의해 평가하는 태권도 품새 대회 규칙은 공산주의의 근본 논리와 동일하다. 어떤 점에서 그러한가? 공산주의와 대별되는 자본주의의 논리를 서로 비교해 보자. 자본주의는 자유경쟁을 부추긴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느냐 하면 서로 피해를 입히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규칙을 만들어 놓고 나머지는 각자가 알아서 새로운 것을 얼마든지 창조할 수 있는 열린 경쟁을 시킨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서 공산주의는 사람들의 창의성을 말살시킨다. 공산주의는 그 근본정신에 있어서 더 능력 있는 사람이 더 나은 기회를 얻는 것을 차단한다. 모든 재산은 공유되고 이익은 배급으로 나누어지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더 새롭게 더 나은 것을 추구했을 때 자본주의는 그 이익을 그 사람 자신에게 돌려주지만 공산주의는 그렇지 않다. 결국 능력 있는 사람은 공산주의 사회에서 손해를 본다. 결국에는 사회 전체가 발전하지 못한다. 지금 순수하게 공산주의를 자처하는 마지막 보루는 북한 밖에 없다. 소련은 붕괴되었고 러시아는 자본주의를 받아들이고 있으며 중국은 더 적극적이다. 태권도 경기 규칙의 성격을 가지고 논한다면, 태권도 겨루기 경기가 성공적이었던 까닭은 자본주의적인 논리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금지 행위들이 있고 감점 요소도 있다. 하지만 승부는 거기에서 나지 않는다. 그래서 선수들은 더 빠른 발차기를 연습하고 더 새로운 기술을 시도할 수 있다. 이에 반해서 품새 대회의 규칙은 근본적으로 공산주의적이다. 거기에서는 무엇을 자유롭게 더 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승부는 감점에 의해서 결정된다. 능력이 있는 사람이든 능력이 없는 사람이든 규정된 품새 동작을 하기만 하면 최고의 점수를 얻는다. 그 이상의 능력은 필요가 없다. 점수를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마치 능력을 발휘해서 새로운 경제적 이익을 창출해도 모두 국가에서 빼앗아가는 공산주의 사회와 다를 바가 없다. 둘째, 그럼 왜 이런 방식으로밖에 태권도 품새 대회 규칙을 만들지 못하는가? 여러분들이 태권도와 관련된 책들을 읽어 본다면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태권도 교본’, ‘태권도 철학’, ‘태권도 지도론 등등, 제목은 다양해도 그 속에 들어있는 내용들은 모두 똑같다. 지난 번 칼럼에서도 지적한 적이 있듯이 여러 저자들이 연구는 하지 않고 연구 실적을 만들기 위해서 제목만 다른 같은 책들을 자꾸 써 내는 것이다. 그 속에 들어 있는 진실은 하나다. 연구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것. 태권도 품새에 대해서, 혹은 품새의 본질에 대해서 보다 심원한 연구가 없기 때문에 결국은 태권도 교본에서 출발한다. 그것이 무슨 경전에 나오는 신의 말씀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끊임없는 비판 속에서도 개정되지도 않는다. 태권도의 발차기들이 거의 반영되지 않아서 태권도 역사 폄훼의 근원이 됨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수정할 수가 없다. 그렇게 교본에서 출발하니 규칙을 제정할 때 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뿐이다. 책에 있는 것과 같은가 다른가, 하는 것이다. 해결책은 하나다. 보다 많은 올바른 연구를 통해서 품새의 본질을 다시 해석하고 문제가 있는 품새들을 개정해야 한다. 그리고 태권도 품새 규칙에 대한 발전적인 인식전환은 그런 통찰 위에서야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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