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에는 두 가지가 있다. 일정하게 흘러가는 물리적 시간과 길이로 잴 수 없는 의미 있는 시간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헬라어로 물리적 시간을 ‘크로노스(Chronos·Kronos)’라고 하며 의미 있는 역사적 시간을 카이로스(Kairos)’라고 한다.

카이로스는 ‘기회’라는 말과도 의미가 통하는데, 그 유래를 그리스신화에서 찾을 수 있다. 그리스신화에 기회의 신 카이로스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그의 앞머리는 숱이 무성하고, 뒷머리는 대머리이며, 양발 뒤꿈치에는 날개가 달려있는 기괴한 모습을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양손에는 저울과 칼을 들고 있다.

신 카이로스는 쉽게 알아차리지 못하는 대신 일단 발견하면 쉽게 잡을 수 있다. 그리고 지나가고 나면 좀처럼 붙잡을 수 없다. 게다가 발에 날개가 달려 있어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다. 한번 지나가면 다시 잡을 수 없는 것, 바로 ‘기회’를 상징하고 하고 있다. 그리고 신은 손에 저울은 기회가 다가왔을 때 정확히 판단하고 칼 같이 결단을 내리라는 의미라고 한다.

2015년 우리 태권도에는 ‘크로노스’의 시간과 카이로스의 시간이 존재하고 있다. 시간은 만인에게 공평하게 주어진다. 특정한 사람이라고 해서 시간을 더 가질 수는 없다.

‘카이로스’는 특정한 시간 또는 의미 있는 시간을 말한다. 시간은 비록 흘러가는 것이지만 시간에 특별한 의미가 있을 때에 이 의미 있는 시간을 ‘카이로스’라고 부른다.

그래서 ‘카이로스’는 어떤 일이 수행되기 위한 시간 또는 특정한 시간을 가리킨다. 계획이 세워지고 그 계획이 실행되는 시간을 가리키며 객관적인 실체가 아니라 상대적이며 주관적인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대한민국의 태권도는 경쟁력이나 구조적 모순, 제도, 교육 및 연구의 질이라는 측면에서 단순히 흘러가는 크로노스 시간으로 보냈다가는 태권도 미래는 없다.

우리 태권도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서는 카이로스 같은 시간의 생산적 개념에서 각 구성원들의 개별적인 노력과 아울러 태권도 전반에 걸친 큰 틀의 구조개혁이 시급하다.

태권도 카이로스에 대한 태권도의 적응 몇 가지를 언급하고자 한다.

우리의 태권도 제도권의 지도자들은 정통성을 기초로 한 자율성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자율은 태권도의 절대적인 자유로 해석되기보다는 결과에 대한 일체의 책임을 지도자가 지는 책무성으로 규정돼야 한다.

특히 정책입안과 재정 부문에서의 자율성 확보는 매우 시급한 사안이다. 태권도 진흥법 개정 추진과정에서 보았듯이 정부가 주도해야 한다는 인식에는 반대한다. 위험천만한 발상이다. 세계적 지도자 체제를 근간으로 하는 태권도의 개혁이 관주도체제의 틀에서 진행한다면 큰 저항과 지금까지 태권도가 이루어 놓은 모든 것을 잃어버릴 현실에 직면한다.

다음으로, 태권도 단체 간의 경쟁이 더욱 활성화되어야 한다. 각기 다른 특성을 가진 단체들이 동일한 기준을 토대로 경쟁해서는 안 된다. 태권도 단체들이 그간 추구한 외형적 유사성에서 탈피하여 개별 태권도 단체들의 특성과 여건에 따라 기능과 역할을 차별화하고 유사한 기능은 통폐합하고 각 단체가 가진 특성 및 업무 간의 경쟁을 통해 태권도의 질을 제고해야 한다는 말이다.

다음은 태권도 제도의 시대적 변화에 대한 적응이다. 요즘 태권도 심사를 두고 각 시도협회의 공정위 제소와 각 단체의 불법 심사와 가치하락은 어쩌면 지나치게 방만한 우리 태권도 심사 구조와 체제의 재앙을 예고하는 전주곡일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소위 태권도는 본질에서는 떠나서 비 본질에 매달려 하는 것들은 시대적 추세의 반영을 무시하는 처사다. 이 세상에는 영원한 것은 없다. 결론적으로 구조개혁이란 변화하는 환경에 대한 적응이다. 부적응은 곧 소멸을 의미한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적응의 주체가 태권도 지도자들이라는 점이다. 집단적 이기주의를 배제하고 구성원 간의 절충과 합의를 존중하는 자율적인 개혁만이 진정한 개혁이 될 수 있다. 끝으로 구조개혁의 기준이 나비 효과처럼 어느 한 곳에서 일어난 작은 나비의 날갯짓이 태풍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이론처럼 2015년은 우리의 사소한 변화가 전체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알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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