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밤새 편안히 주무셨습니까?”,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어렸을 적 아침에 일어나면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부모님께 아침 문안 인사를 드리고는 했었다. 그것이 하루를 시작하는 가장 보편적인 일과였다. 예전에는 그렇게 자연스러운 일이었던 인사말이 요즘은 조금은 어색해지고 어쩌면 인위적인 말들처럼 느껴지곤 한다. 어쩌면 우리가 그만큼 안녕하지 못한 탓, 또 어쩌면 그 안녕을 묻는 일 자체가 무의미해진 탓이기 때문일 것이다.

안녕하지 못한 사회의 다른 이름은 실패한 사회라고들 한다. 다시 말해 만약 우리가 지난 한 해동안 안녕하지 못했다면, 우리는 실패한 사회를 살아온 걸지도 모른다는 얘기다. 필자는 이 실패가 우리 태권도계에서도 심각하게 진행되었다고 생각한다. 2014년 태권도계에는 너무나 많은 일들이 일어났고, 그중 상당수가 부끄러운 일들이었기 때문이다. 포털사이트 뉴스란에 ‘태권도’라는 단어가 보이면 뿌듯하기보다 걱정이 먼저 앞서게 되는 한해를 우리 모든 태권도인들이 보내야만 했다. 내년에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지금 이 시점에서 스스로에 대한 반성과 조직에 대한 반성들이 필요하다. 한해동안 안녕했냐는 질문에 안녕하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입장이든, 안녕했다고 생각하는 입장이든 모두 같이 반성을 해볼 필요가 있다. 우린 다 같은 태권도인들이기 때문이다.

혹시 안녕하지 못한 태권도 사회를 보면서, 기분 좋아하는 ‘질투의 여신’같은 사람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그런 마음을 버리고 태권도 발전을 위해 마음을 함께하기를 바란다. ‘질투의 여신’은 오비디우스가 신화시집 <변신>에 등장시킨 인물로, 타인의 안녕이나 성공을 자신의 실패와 불행으로 보는 안타까운 존재이다. 우리 태권도계에서는 그런 인물 없이 모두 하나의 마음으로 태권도의 안녕을 기원하기를 바래본다. 설사 지난 한해 본인은 정말 안녕하였더라도, 안녕하지 못했던 태권도를 위해 마음을 합쳐주길 바래본다.

얼음나라 강원도 화천에서 2015 국가대표 1차 선발전이 이틀에 걸쳐 열렸다. 각종 메이저급 대회(우수 대회, 국방부장관기, 대통령기, 협회장기)에 예선전을 통해 선발전까지 올라온 선수들은 강추위에도 불구하고 새벽부터 경기장에 나와 열과 성을 다해 경기에 임했다. 이는 선수들이 최고의 컨디션에서 경기를 할 수 있게 경기장을 따뜻하게 데워준 강원도협회 관계자들과 화천군 태권도협회 관계자 여러분들의 수고와 따뜻한 배려 덕분이었다. 그 덕분에 큰 부상과 사고 없이 중요한 대회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모두가 성공적인 대회를 바라는 하나의 마음을 가졌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다가오는 2015년 을미년(乙未年)에는 태권도가족 모두가 청양띠의 기운를 받아 순박하고 온화하게, 하나의 마음으로 싸우는 일들 없이 건승하시길 기원해본다.

2014년 태권도 가족 모두 힘들고 어려웠어도 이 또한 지나가리라.

“새해에는 모두 안녕하시길.”

-월드태권도뉴스 칼럼 리스트 / 상임심판 엄영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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