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선에 성공한 조정원 세계연맹 총재는 심판의 불공정한 판정 때문에 전자호구를 도입했다. 허나 그 선택은 태권도의 재미요소를 반감시켰다. 센서만 터치하면 득점이 되는 경기 분위기는 박진감 넘치는 경기장 분위기를 반감시켰다. 재미있는 태권도를 잃어버린 지금, 전자호구를 얇게 하고 득점이 들어갈 때마다 “아야” 소리라도 나게 해야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

물론 경기에서 공정성은 재미보다 중요하다. 공정성은 모든 경기의 기본이 되어야하는 부분이다. 그것을 확실하게 보완할 수 있는 것이 전자호구라면, 그것 또한 심판으로서 받아들여야할 부분일 수 있다. 허나 그보다 앞서 시행되었어야할 본질적인 부분에 대한 개선은 여전히 뒷전인 것 같다. 바로 심판 처우개선이다. 심판 처우개선으로 심판 자질 향상을 도모하는 것 역시 심판의 공정성 개선과 재미있는 태권도를 위한 첫걸음이다. 허나 그런 내부의 목소리들은 번번이 그냥 무시당하고 마는 것 같다. 며칠 전, 태권도전문 기자들을 초청해 가천대학교에서 그들의 생각에 귀를 기울인 것처럼, 협회는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듣는 자리를 만들어야 할 것이고, 현장에서 직접 뛰는 심판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어야만 한다.

심판들의 자질을 향상시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이지 알 수 있는 일이 얼마 전에 있었다. 필자는 기회가 되어 이번에 경주에서 열린 코리아오픈 태권도대회에 참여하였다. 그리고 이번 대회에서 해외 국제심판들에 대해 굉장히 실망했다. 이번 대회에 참여한 대다수의 해외 심판들과 우리 심판들과의 자질차이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본인들이 잘못된 판정을 하였을 때는 즉시 합의판정을 하여 경기 내용면에서 실제로 이긴 자가 이기게 해주어야하고, 억울한 선수가 없게 만들어주어야 하는데, 해외 심판원들에게선 그런 모습들이 보이질 않았다. 이번 대회를 그냥 안일하게 생각한 것이었을까. 누가 봐도 잘못된 판단으로 보이는 것도 바로 잡으려하질 않았고, 그저 경기가 빨리 끝나길 바라는 것만 같았다. 그 나라와 우리나라의 기준이 달라서 생긴 일이라는 말은 필요가 없다. 국제대회에 나온 이상 심판은 해외심판이나 국내심판이나 똑같은 국제심판이다. 달라서도 안 되고, 다를 수도 없는 것이다. 허나 이번 대회에선 자질적으로 많은 차이가 있었던 것 같다. 물론 모든 해외 심판들이 그리 하지는 않았지만, 일부 심판들의 그러한 행동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역시 심판은 자질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 대회였다.

이러한 국제 해외심판들의 자세를 조정원 총재는 알고 있을까? 단순히 전자호구를 도입해서 공정성이 해결될 수 없다는 것까지도 생각하고 있을까? 결국은 심판 자질 향상이 해답임을 이제는 알 수 있을까?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실수를 범하곤 하지만, 그 실수들은 다시 바로잡으면 된다. 그래서 실수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실수를 하고도 바로 잡으려하지 않는다면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우리가 범하는 실수는 막연한 것을 찾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가까운 곳에 있는 것을 빨리 찾아 실행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심판 처우개선으로 심판들의 자질 향상을 도모하여, 보다 수준 높은 태권도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앞서 대회 심판들에 대한 실망감을 표출했지만, 사실 이번 코리아오픈대회는 모두가 실패한 것만은 아니었다. 대회에 참여한 임원들이나 선수들에게는 즐겁고 만족할 만한 대회였던 것 같다. 숙박시설이나 교통편은 매우 만족스러웠고, 경주 시민들은 수많은 외국인들의 씀씀이에 환호성을 질렀다. 경기장 밖 상인들은 근래 보기 드문 호황으로, 이 대회를 유치한 관계자들에게 감사함을 느끼는 분위기였다. 경기장 안팎으로 즐거움도 꽤 있었던 대회였던 것이다. 이런 멋진 대회를 우리가 개최해낼 수 있다는 것은 충분히 자랑스러워할 일이다. 

또한 필자는 힘들고 피곤해도 대한태권도협회 상임심판이라는 것 역시 매우 자랑스럽다. 태권도가 아무리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어도, 태권도인임을 자랑스러워할 것이다. 우주만물 삼라만상은 흥하고 망하는 변화를 거듭하고, 달은 차면 기울고 초승달은 언젠가 다시 둥근 보름달이 된다. 이와 마찬가지로 태권도도 흥성해질 때가 있으면 쇠약해질 때가 있다. 계속되는 승리에 자아도취해서 있다 보면 멸망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쇠약해지고 나서는 다시 흥성해질 수 있다. 필자는 꼭 다시 흥성해질 태권도를 기대해본다.

끝으로 이번 코리아오픈 대회에 참여한 모든 심판과 임원들에게 따뜻한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보다 나은 태권도를 위해 우리 심판들도 노력할 테니, 우리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주는 대한민국 태권도가 되었으면 한다.

- 상임심판 엄영섭-

 

 

 

 

저작권자 © WTN 월드태권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