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태권도하면 재미없는 경기라고 한다. 가만히 서서 눈치만 보는 경기. 실제로 옛날 태권도 경기를 보면 엉성한 포즈에 3회전 내내 발차기 공격 서너 번 하고 경기를 마치고는 했었다. 몇 년 전 국가대표 선발전 8강전에서 어떤 선수는 3회전 동안 3번을, 또 어떤 선수는 4번을 공격해서 이기는 경기도 있었다. 지금으로 생각하면 웃기는 이야기지만, 이때는 이런 경기가 비일비재하게 있었다. 이렇게 재미없는 경기를 하다 보니 지켜보는 시청자들도, 관중들도 태권도를 외면하게 되고, 비하하기 일쑤였다.

이제 이러한 재미없는 태권도는 멀리 떠나보낼 수 있게 되었다. 3회전 내내 제자리에서 스텝만 뛰고 있을 수 없고, 공격하지 않고, 시간벌기만 할 수는 없어졌다. 시간을 끌기위해 일부러 넘어져서 호흡을 고르는 비신사적인 행동 역시 할 수가 없게 되었다. 또한 잡고, 끼고, 미는 행위를 3~5초 동안 할 수가 없으니 선수들은 3회전 내내 전력을 다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냥 잡고 늘어져야겠다는 생각이 통하지 않는 것이다. 이 뿐 아니다. 호흡 고르기를 하기위해 선수가 자기 임의로 주심에게 손발등 보호대를 고치기 위한 시간을 요청할 수도 없게 되었다. 주심이 보호대를 확인하여 보호 장비를 고칠 수 있도록 하여야만 하고, 이때 선수가 임의로 시간을 요청하게 되면 경고를 받게 된다. 또한 코치 역시 경기 중에 자리에서 일어나거나, 엉덩이만 자리에서 떠도 주심이 발견하게 되면 즉시 경고를 부여받게 된다.

2014년부터 개정된 경기규칙은 재미있고, 다이나믹한 태권도를 표방하고 있다. 선수나 코치, 심판, 관중 모두가 한눈팔 틈도 없는 경기장으로 변해가고 있다. 선수들은 3회전 내내 쉴 새 없이 뛸 수 있는 체력이, 그리고 코치들은 바뀐 경기규칙에 대한 숙지가 선행되어야 이기는 경기의 달콤함을 즐길 수 있게 될 것이다.

이에 대해 일부 지도자들은 해보지도 않고, 지레 겁을 먹어 감점패가 많이 나올 거라는 둥, 선수들이 넘어지는 것이 두려워 얼굴공격이 사라지니 기술발차기가 나오지 않을 거라는 둥 불만이 확산 되어가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우유부단하여 정면으로 부딪쳐서 이겨내지 못하면 먼 훗날 크게 땅을 치게 될 것이고, 농부가 연장 탓하는 꼴이 될 것이다. 재미가 없는 태권도, 우리는 이 과제를 극복하여야한다. 정면대결을 통하여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달성하여야 한다.

우리 심판들은 바뀐 경기규칙에 수없이 적응해왔고 슬기롭게 극복해왔다. 호구의 변천, 5인조에서 3인조로 바뀐 심판배정 등 이렇게 변화하는 경기규칙에도, 그 때 그 때 시대의 순응하며 어떠한 조건 하에서도 심판 업무에 충실해 왔다. 그러한 의미에서 우리 심판들이 자랑스럽다. 그래서 이번에도 바뀐 규칙에 잘 적응할 것이라 믿는다.

물론 지금의 경기규칙이 무조건 완벽할 수는 없다. 세월이 가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또 다른 변화가 올 것이다. 우리 지도자들이나 심판들은 변화가 두려워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정당한 것은 받아들이고, 나쁜 것은 과감히 떨쳐 버려야만 한다.

지금 단 하나 우려되는 것은 과거에도 그랬듯이 연초에는 경기규칙을 바꾸었다가, 소년체전 때만 되면 슬그머니 다시 옛날 규칙으로 후퇴해버리는 것이다. 한번 재정된 경기규칙은 적어도 1년은 밀어 부쳐야한다. 심판위원장인 김현수 위원장의 평소 성품상 눈치를 보느라 경기규칙을 다시 바꿀 일은 없을 거라 생각한다. 또한 임원장 김세혁 전무의 의지도 대단하기에 이번엔 재미있는 태권도가 될 거라 굳게 믿어본다.

다시 얘기하지만, 태권도를 다시 부흥시키려면 경기가 재미있어야 한다. 국민이 외면하는 태권도는 그 의미가 없다. 태권도인들 만의 태권도에서 멈추면 안 된다. 국민이 응원하고, 모두가 즐거워하는 태권도를 만들어 후대에 물려주자.

우리 심판위원장은 137명의 심판들과 함께 바뀐 경기규칙을 바탕으로 공정하고 정확한 판정을 위해 나아가야한다. 죽어도 같이, 살아도 같이 가야한다. 그렇게 했을 때 모두가 하나가 되어 같이 살 수 있다.

KTA 상임심판 엄영섭

 

 

 

저작권자 © WTN 월드태권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