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림사 무술공연을 참관하고….
소림사는 중국 하남성 등봉현에 있는 숭산의 소실봉 중턱에 위치하고 있다. 소림사라는 이름은 ‘소실봉의 북쪽 숲 속에 있다’라는 뜻에서 유래된 것이라고 전해진다. 소림사 입구에 들어서기 전부터 좌우에 무술학교들이 즐비하다. 무술학교에 입학하기 위한 학원도 산재해 있다. 기자가 방문한 지난 16일에도 꼬마 어린이에서부터 10대 소년에 이르기까지 여러 수련생들이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무술 고수의 꿈을 키워가고 있었다. 가이드의 설명에 따르면 소림사 주변의 무술학교는 80여 개, 무술을 배우는 수련생은 5만 명을 상회한다고 한다. 소림사는 1천5백여 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지만 고즈넉한 산사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현재 소림사는 군벌에 의해 잿더미가 된 후 재건된 것이기 때문이다.비록 소림사 건물에서 역사를 발견할 수는 없었지만 계승되는 전통과 소림 무술의 기대감을 가지고 공연장에 들어섰다. 반원형으로 된 공연장은 입추의 여지가 없었고 관광명소답게 세계 각지에서 몰려든 관광객들이 빈틈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가득 들어찼다. 여성 장내아나운서의 다소 긴 소개가 있은 후에 본격적인 공연이 시작됐다. 우리나라로 비유하자면 초등학생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는 소년이 나와서 유연한 몸동작을 보이며(마치 요가 같은) 관객들의 시선을 끌어 모았다. 이어 여러 명이 무대에 함께 올라 다양한 권법 시범을 선보였다. 가장 박수를 많이 받은 순서는 유리벽 너머의 풍선을 직접 가격하지 않은 채로 터트리는 것이었다. 무술이라기보다는 마술에 가까웠다. 관객들을 직접 무대로 불러내 직접 시연케 하는 순서에서는 여기저기서 폭소가 터져 나왔다. 참여한 관객들에게는 선물이 증정됐고 공연 후 공연팀과의 사진촬영도 이어졌다. 공연은 조명과 음악이 잘 매칭 돼 무난하게 치러졌지만 시종일관 숨죽이게 하는 긴박함이나 절정의 클라이맥스는 찾아볼 수 없었다. 한마디로 소림사 공연이라는 큰 기대에는 미치지 못한 평이한 공연이었다. 특히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것은 드러내 놓고 자행되는 상술이다. 공연이 진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은 계속해서 입장을 하며 산만한 분위기를 연출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지하거나 통제하는 담당인원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한 명이라도 더 들여보내려고 하는 눈치였다. 또한 공연 도중에 여러 명의 직원이 무대 앞을 휘젓고 다니며 소림사 관련 관광상품을 즉석에서 팔고 있었다. 관람객의 공연에 대한 배려는 찾아볼 수 없었고 잇속만 챙기려는 상술이 어이없기까지 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회 공연은 만원사례다. 소림사는 매년 수백만 명의 관광객들을 맞이한다. 각종 사업에 ‘소림사’라는 브랜드 네임을 붙여 수입을 창출하고도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소림사는 약국이나 영화사, 무술학원 등 자회사를 설립해 문어발식 기업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1989 스용신 방장이 소림사의 주지로 취임하면서부터다. MBA 출신인 스용신 방장은 “사찰이 독경과 참선만 하는 시대는 이미 끝났다”며 “기업과 같이 좋은 상품으로 종교와 문화를 알려야 한다”는 지론을 펼치고 있다. 돈벌이에 급급한 세속적인 분위기에 소림사를 떠나는 승려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공연을 함께 관람한 태권도인들은 “태권도 공연을 전 세계인이 즐기고 찾는 관광명품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치밀한 마케팅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공연 콘텐츠로만 본다면 태권도가 우위라는 것. 경희궁에서 진행되는 태권도 시범공연이 소림사 공연 이상의 관광명소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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