三令五申三 (세 번 명령하고 다섯 번 말한다.) 오(吳)나라의 왕 합려(闔閭)는 손무(孫武)가 지은 《손자병법(孫子兵法)》을 읽은 후 깊은 감동을 받았다. 결국 손무를 초청해 직접 시범을 보여 달라고 청했다. 손무는 180명의 궁녀를 모아놓고 두 편으로 가른 후, 그중에서 가장 총애하는 둘을 각각 대장으로 뽑았다. 손무는 자신이 먼저 세 번이나 시범을 보인 뒤 다시 다섯 번을 설명했다. 그러고는 그대로 따라 하라고 명령했으나, 궁녀들은 웃기만 하고 도무지 움직이질 않았다. 손무는 제대로 지휘하지 못한 자신의 탓이라 여기고, 다시 한 번 궁녀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이번에도 궁녀들은 명령을 따르기는커녕 웃기만 했다. 그러자 손무는 왕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칼을 빼들어 대장 2명의 목을 베었다. 그제야 궁녀들은 손무의 명령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 집단의 조직 또는 행정이 잘 되려면 조직의 령(令)이 잘 서야하고 집행과정이 투명해야한다. 그러나 령(令)이 없으면 조직원들이 자기이익에만 급급하고 사리사욕에 눈이 어두워지고 조직의 발전을 저해하게 된다. 이에 조직에는 령(令)의 근본인 기강의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고 강조된다고 할 수 있다.

령(令)을 바로 세우기 위한 대책으로 다음 몇 가지로 요약해본다.

첫째, 조직의 제도 이행과정에서 감시기능이 강화되어야 한다. 조직의 정책이나 제도가 결정되면 이를 구체적으로 집행을 하게 되는데 집행과정에서 공정하고 투명하게 집행되었는지 면밀히 감시를 해야 하는데 지금의 우리 태권도제도권의 예를 보면 감시할 수 있는 기능이나 제도가 전혀 없다. 공정하고 투명하게 집행되었는지 보다 객관적이고도 명확하게 하기 위해서는 제3의 감시를 하도록 제도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령(令)을 바로 세우기 위한 조직원의 대우 및 보수가 현실화되어야 한다. 조직원은 자기가 속한 조직의 일을 하면서 조직으로부터 보수를 받는다. 그러나 조직원의 보수나 대우가 일반 사회적 통념보다 현저하게 낮다면 조직원의 자부심 긍지가 사라지게 된다. 그리고 조직원의 처우가 낮기 때문에 소신과 원칙이 있는 조직원은 조직을 떠나거나 조직에 속하려 하지 않는다. 따라서 다른 유혹을 받지 않고 자기가 맡은 일에 충실하기 위해서 보수나 대우를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

셋째, 령(令)을 바로 세우기 위한 강력한 징계의 집행이 있어야한다 . 우리 조직에는 징계에 대한 제도는 있지만 처음 적발될 때는 문제점만 요란하게 떠들었지 사후조치는 매우 미미한 솜방망이로 끝나는 일이 많다. 징계에는 인연, 학연 등의 막후교섭으로 징계 수위가 낮거나 강하게 징계 결정이 나도 몇 년 안가서 각종 이유로 풀려나고 있다. 이렇게 징계가 미약하게 집행된다면 사리사욕의 집단들은 더욱 기승을 부리게 될 것이다. 부정에 관련한 엄격한 징계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지금 우리 대한태권도협회는 조직의 과도기에 접어들고 있다.

대한태권도협회 임기가 보장되지 않은 임원들이 다음 임기에 대한 미련 때문인지, 아니면 마지막 임기라고 생각해서인지, 어느 구석에도 령(令)이 바로 서서 조직이 운영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대한태권도협회 조직에는 회장 전무이사 기술심의회 의장 부의장 위원장 부위원장 위원의 명령계통의 상하조직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지금 대한태권도협회 기술심의회 핵심조직인 심판분과에는 왜곡된 조직운영 및 레임덕 현상으로 명령계통이 전혀 서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회장 및 전무이사를 두고 흔들어 되고 차기 전무이사를 노리는 사람들로 인하여 조직의 령(令)이 바로 설수 있겠는가. 이번 94회 전국체전에서 시도협회 전무이사들이 항의하는 폐단은 없어져야 할 일이지만 먼저 현 대한태권도협회에 조직 운영에 대한 령(令)이 바로 서 있는지부터 꼼꼼하게 따져보아야 한다. 지금 태권도 언저리에서는 온갖 이야기가 나돈다.  

핫라인으로 골프모임에 끼지 않으면 소외되고 누구는 왕따를 만들어 고사 시키는 웃지 못 할 촌극들의 이야기들이 과연 한쪽귀로 듣고 흘려버려야 할 이야기들인지 모르겠다. 과도기는 짧을수록 좋다. 대한태권도협회 김태환 회장 및 김세혁 전무이사는 이번 전국체전을 개기로 대한태권도협회 내년도 임명직 임원들에 대한 냉철한 판단과 빠른 시간 안에 인선을 끝내고 령(令)이 죽어 허덕이는 조직을 바로 잡아야한다. 철저하게 기강을 잡아나가려는 노력 또한 동시에 선행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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