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바닥 센서를 제거하자"
- "0대0 두 선수, 퇴장시키자"
- "얼굴직선공격, 2점으로 하자"


 
 
『2013 새로운 해가 시작되었다. 집행부 임원들의 끊임없는 노력과 기술심의회 의장단에 강한 의지, 그리고 심판들에 창조적 생각과 코트에서의 자기 발전적인 사고가 경기장에 아름다운 문화로 승화, 발전시켜 지도자와 심판 간에 불신의 문화가 사라지게 되었다.  그러자 경기단체인 대한태권도협회는 20명에 전임심판을 우선적으로 선발하고 차차 이를 확대해 나가기로 결정했다. 심판 처우개선에 늦은 감은 있지만, 뒤늦게라도 전임심판이 발탁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협회에 결정이 발표되고 심판 나이제한 역시 없어지자 그동안 코트를 떠나있던 ‘3박’, ‘독수리 오형제’, ‘까치 3형제’, ‘서울마피아’들이 코트에 속속 돌아왔다. 이렇게 대한태권도협회가 심판 처우 개선에 나서자, 이를 나 몰라라 할 수 없던 각 연맹체, 각 시도협회에서도 심판 처우개선에 나섰다.』

이렇듯 우리 심판들은 심판 처우개선에 대한 긍정적 착각, 상상만으로도 즐거워진다. 설사 우리가 상상한 그 자체가 실현되지 않더라도 우리는 손해 볼 것이 없다. 지금보다 더 나빠질 수는 없으니까. 그러한 가능성을 만들어간다는 것 그 자체가 우리 심판들의 가치를 지금보다 훨씬 높이기 때문이다. 혹시 아는가. 정말 2013년에는 지금의 이 상상이 현실이 될지. 하루 빨리 이런 상상들이 현실이 되길 바라며, 재미있는 태권도 경기장 문화를 위해 몇 가지 제언을 해본다.

첫째, 하루 빨리 발바닥 센서를 제거해 바다 게들 싸움을 말려야 한다. 바다 게들 마냥 발만 높이 쳐들고 들어가는 작태가 사라지면 태권도 경기는 재미있어진다. 발바닥 센서는 뒤차기로 이루어지는 득점 때문에 부착이 되어있는데, 엉뚱하게도 발 들어 밀어차기 위주로 발달이 되어버렸다. 발바닥 센서를 제거하고, 뒤차기는 부심들이 얼굴, 주먹득점처럼 선별, 채택하여 눌러주면 된다. 발바닥에 붙어있는 무기 때문에 선수들에 부상이 속출하고 선수생명에 단축을 불러오게 된다. 무릎이 쫙 펴지는 제대로 된 뒤차기가 보고 싶다. 발바닥에 붙어있는 무서운 무기를 제거해버리자.

둘째, 3회전 종료가 됐는데 전광판에 스코어는 00:00을 나타내고 있는 경우가 많다. 경기를 지켜보는 관중도 심판들도 맥이 빠지는 경기다. 3회전이 종료됐는데 1득점도 하지 못한 선수는 선수도 아니다. 두 선수 모두 퇴장을 시켜야 한다. 3회전 종료가 가까워지면 어떻게든 공격을 하려고 해야 하는데, 그런 자세는 없고 서든데스만 생각하며 백스텝, 제자리 스텝만 밟으며 호흡만 고르고 있다. 세컨석에서는 “야, 됐어~ 됐어~”를 외치며 선수에게 서든데스를 준비하게 한다. 이게 진정 선수로서 경기에 임하는 자세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공격할 의지가 없는 선수가 경기에 나섰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선수이길 포기한 상태인 것이다. 그래서 3회전이 종료됐음에도 전광판이 00:00이면 두 선수 모두 퇴장 조치해야 한다.

셋째, 얼굴 직선공격은 3점이 아니라 2점으로 하면 어떨까. 물론 회전 공격에 의한 얼굴득점은 4점 그대로 한다. 현재의 경기장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청, 홍 양선수가 모두 발 들고 얼굴로 향하는 경기가 비일비재하다. 몸통공격이  없어져 버렸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몸통공격은 아무리 때려도 득점으로 채택되지 않기 때문이다. 어쩌다 한번 나올까 말까한 몸통보다는 차라리 얼굴만 노려 3점을 취득하는 게 쉽기 때문이다.

과거와는 달리 얼굴이 아닌 머리 전체가 득점 범위이기 때문에, 얼굴 득점이 한결 더 쉬워졌다. 얼굴로 향한 발차기가 상대 선수의 머리 전체에서 어디 한 부분이라도 터치되면 득점인 것이다. 얼굴에 대한 득점 개념이 ‘강하고 정확한’이 아니라 ‘터치’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키 큰 선수가 훨씬 더 유리해졌다. 키가 작은 선수는 점점 승리를 챙기기 어려운 환경이 되어가고 있다. 키 큰 선수와 작은 선수의 경기에서 키 큰 선수가 손쉽게 얼굴 득점으로 3점을 챙기면, 키 작은 선수에게 이 경기는 뒤집기가 너무나도 힘든, 이미 승부의 향방이 보이는 경기가 되어버린다. 키 작은 선수들도 얼마든지 훌륭한 선수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줘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경기 시스템으로는 극히 어려운 이야기다. 얼굴 득점을 2점으로 하여 키 작은 선수들에게도 경기를 뒤집을 수 있다는 희망을 주고, 발만 높게 들고 있는 경기장 문화를 바꾸면 어떨까?

엄영섭 대한태권도협회 상임심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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