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의 대표 교육기관인 ‘국기원(國技院)’. ‘국기(國技)’란 사전적 의미로 ‘나라에서

            허건식 소마연구소 소장
            허건식 소마연구소 소장
도(道)를 찾는 고수(高手)가 필요하다.
태권도의 대표 교육기관인 ‘국기원(國技院)’. ‘국기(國技)’란 사전적 의미로 ‘나라에서 전통적으로 즐겨 내려오는 대표적인 운동이나 기예’라고 해석된다. 해석을 해 놓고 보면 의문이 없다. 그러나 ‘기(技)’라는 글자를 놓고 볼 때 ‘재주, 재능, 솜씨’라는 의미뿐만 아니라 방술이나 장인이라고도 한다.그렇다면 과연 재주가 도(道)까지 성장할 수 있을까? 어찌보면 그럴싸하게 포함될 수 도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재주는 군자(君子)가 아닌 소인(小人)이 즐겨 행하는 것으로 우리 고전에는 설명하고 있다.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이 ‘국기 태권도’라 쓴 것 역시 태권도를 도(道)‘라기 보다는 ‘기(技)’ 정도로 봤을 수도 있다. 그것이 아니라면 태권도 초기에 우리나라 정서가 도(道)에 대한 해석을 강조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이러한 추측은 태권도의 초기 기간도장(基幹道場/母體館)이라 할 수 있는 관(館)들을 보면 조금은 이해할 수 있다. 도(道)를 사용한 관은 오도관(吾道館)과 정도관(正道館)뿐이다(청도관은 푸른 파도를 의미하는 靑濤館임). 이 두 개의 관은 기존 관에서 수련하다 새로 만들어진 신생 관들이다. 다른 관들은 대부분 ‘무(武)’자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러한 기간도장들도 수련목표에서는 무도정신을 강조하기는 했지만 구체적인 무도정신에 대한 언급은 없다. 그래도 우리는 태권도를 무도(武道)로 보고 있다. 하지만, 국기원이 만든 교본에도 태권도에 있어 도(道)에 대한 해석은 모호하다. 화랑정신이나 지행합일론을 접목하고 있고, 홍익인간이나 조선의 유학 사상 등을 설명하는 것으로 대신하고 있다. 화랑이 태권도를 했거나 조선시대에 유학에서 태권도를 거론한 듯 한 애매모호한 사상을 언급하고 있다. 이것은 냉정하게 말한다면 역사왜곡이다. 이런 논리들은 태권도를 수련하지 않은 사람들도 만들어낼 수 있는 짜깁기 이론에 불과하다. 태권도정신도 태권도를 수련할 때 함양될 수 있는 올바른 인간행동의 바탕으로 수련목표가 정해져 있고 태권도의 이념을 명시하고 있다. 그렇지만 국기원 교본 어디에도 그 이념을 풀어 설명한 것은 없다. 다른 무술에 비해 발차기에 있어서는 인정받는 기(技)가 되었을지 모르지만, 역사, 사상, 정신뿐만 아니라 납득이 안 가는 품새와 명칭들로 그 정체성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혼란스럽다. 그렇다면 진정한 태권도의 정신과 철학은 없는가? 라고 묻는다면, 왜 없겠는가? 라고 다시 묻고 싶다. 있는데 못 찾고 있는 것이다. 존재하는데 엉뚱한 논리로 치장하는 수고를 하고 있다. 진정한 태권도의 정신과 철학은 태권도의 고수가 스스로 체득한 것을 하수들에게 지도하는데서 찾을 수 있다. 기술은 무엇이고 품새가 지닌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 고수들은 알고 있다. 이들이 태권도의 도(道)를 찾을 수 있으며 태권도철학을 말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들만의 고유한 영역인 도(道)를 찾는 숙제를 하지 않고 있다. 지금 태권도계는 혼란스럽다. 이 혼란은 태권도의 도(道)를 찾았을 때 해결된다. 태권도 원로들은 태권도의 변화에 치중하기 보다는 본질을 찾아 가는 고수의 모습으로 돌아가 태권도의 도(道)를 찾고 태권도의 정체성(identity)을 확립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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