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같이 장애로 고통받고, 힘겨워하는 이들에게 태권도를 통해 꿈과 용기를 주고 싶습니다.”

8월 28일(목)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2013 세계태권도한마당(이하 한마당)’ 둘째 날 훤칠한 키에 잘생긴 외모를 지닌 한 남성이 우렁찬 기합과 함께 손날로 격파용 벽돌 14장을 완파하자 관중들의 탄성과 함께 이목이 집중됐다.

해외 손날격파 시니어 Ⅲ 부문에 참가한 미국의 크리스토퍼 블로벨트(Christopher Blauvelt, 66년생) 씨.

블로벨트 씨는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참전, 탈레반의 폭탄 테러로 인해 오른쪽 하지를 절단하는 큰 부상을 입었고, 의족을 착용하고 있다.

그는 의족과 지팡이가 아니면 걷기에도 불편한 장애를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마당에서 비장애인들과 당당히 기량을 겨뤄 정상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다음은 크리스토퍼 블로벨트 씨와의 일문일답.

Q. 우승을 차지하셨는데 소감을 부탁드립니다.

A. 정말 꿈만 같습니다. 전혀 예상을 못했고, 초조하고 불안한 마음으로 경연에 임했는데 다행히 좋은 결과를 얻었네요. 태권도를 수련하면서도 견디기 힘든 고통도 많았지만 견디면서 태권도를 수련해왔던 보람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소리쳐 울고 싶을 정도로 기쁩니다.

Q. 한마당에 처음 참가하셨는데 참가한 이유는?

A. 전쟁 참전 부상 용사와 불의의 사고로 부상을 당한 많은 이들에게 태권도를 통해 새로운 꿈과 용기를 주고 싶었습니다.

 

Q. 아프가니스탄 전쟁 참전 당시 어떤 이유로 부상을 입으셨나요.

A. 2010년 4월 수색작전을 위해 출동했는데 아프카니스탄 서동쪽 지역의 산을 지나다가 제가 탑승했던 장갑차량(MATV)이 탈레반이 매설한 지뢰공격을 받았습니다. 이로 인해 목뼈와 골반뼈가 부러지고, 장기가 파열 되는 등 부상을 입었죠. 이뿐만이 아니었죠. 손의 신경마비와 오른쪽 다리를 절단할 수밖에 없는 부상을 입고 1년 가까이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아야만 했습니다. 병원에서 숨이 붙어있는 것이 기적이라고 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였습니다. 정말 다시는 생각하고 싶지 않은 기억입니다.

Q. 부상 이후 건강과 심리적 상태는?

A. 퇴원한 후에도 지속적으로 재활치료를 했지만 절단한 오른쪽 다리는 되돌릴 수 없는 제가 직면한 현실이었고, 모든 꿈과 희망을 잃으면서 삶에 대한 의욕을 상실하고 무기력 상태로 암담한 나날을 보내야 했습니다.

Q. 태권도는 언제부터 수련하기 시작하셨습니까?

A. 10살 때 아버지의 권유로 동생과 함께 태권도를 처음 접하게 됐지만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는 바람에 오랜 기간 수련하지는 못했습니다. 전쟁에서 부상을 입은 뒤 우울한 나날을 보내다가 어릴 적 태권도 수련의 기억이 되살아나 용기를 내어 새로 문을 연 태권도장에서 상담을 받았죠. 현재 미국 플로리다 템파베이에 소재한 태권도장에서 수련하고 있고, 지난 7월 그토록 바라던 블랙벨트(초단)가 됐습니다.

Q. 가족들의 반응은?

A. 긍정적으로 변한 저의 모습에 가족 모두가 좋아하고 있습니다. 저의 영향을 받아서 지금은 아내(버나뎃 블로벨트, Bernadette Blauvelt, 70년생)를 비롯해 첫째딸(미아 블로벨트, Mia Blauvelt, 02년생), 둘째딸(조이 블로벨트, Joe Blauvelt, 05년생), 막내아들(재커리 블로벨트, Zachary Blauvelt, 07년생)까지 온가족이 태권도를 수련하고 있습니다.

Q. 태권도를 수련하면서 느낀 태권도의 가장 큰 장점은?

A. 저는 생명의 위협을 받을 정도의 심각한 부상으로 재기가 어려울 정도였고, 정신적인 고통을 수없이 겪었지만 태권도를 통해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특히 정신과 육체의 단련으로 아픔을 잊게 됐고, 긍정적인 마인드로 새로운 미래를 꿈꿀 수 있게 됐습니다.

Q. 미래의 꿈이 있다면?

A. 태권도 사범이 되고 싶어요. 제가 실제 체험한 태권도의 가치들을 많은 이들과 함께 나눠야겠다는 마음이 큽니다. 태권도를 통해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저의 경험을 통해 많은 이들에게 포기하지 않는 용기를 북돋아주고 싶습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서 부상 입은‘크리스토퍼 블로벨트’한마당 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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