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필자가 이 란에서 이야기한 태권도의 문제들은 비교적 심각한 문제들이었다. 그래서 손에

 
 
태권도를 배워서 여행을 하다.
매번 필자가 이 란에서 이야기한 태권도의 문제들은 비교적 심각한 문제들이었다. 그래서 손에 잡히지 않고, 적어도 조금은 남의 이야기같은 것들이었다. 이번에는 사소한 이야기를 좀 해 보고자 한다. 개인적인 이야기, 즉 경험담이기도 하다. 원래 사소한 이야기들이 그렇듯이. 나는 1999년에 처음으로 해외 여행을 했다. 유럽 배낭 여행이었다. 국내에도 안 가본 곳이 많아서 의향이 없었는데, 교수님들, 정치․사업 등에서 성공한 선배님들을 만나 얘기를 들으니 젊어서 꼭 많은 여행을 해 보라고 하셔서 큰 마음 먹고 계획한 것이었다. 박사과정 입학 직후였다. 태권도 후배 한 명과 둘이서 출발했다. 나름대로 여행에서 얻고 싶은 것도 많고 꿈도 컸다. 그래서 패키지 상품을 피하고 항공권만을 구입하여 여행하기로 했다. 유명 관광지에 가서 사진만을 찍는 그런 여행은 하지 않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박물관, 관광지, 멋진 경관은 오히려 관공 소개 책자에서 더 잘 볼 수가 있다. 단지 그런 것을 보는 것이 아니라, 정말 이국적이고 낯선 체험들을 해 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우리와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들의 전혀 다른 사고 방식과 생활을 경험해 보는 것이 가장 값질 것이라고 믿었다. 그런 생각이 틀리지는 않았는데 별로 실현되지 못했다. 유럽을 돌아다니면서 본 것이라고는 역시 유명 관광지와 박물관, 그리고 한국의 이태원동에 있는 착각을 불러 일으킬 정도로 많은 한국 여행객들이었다. 여행에서 만나는 여러 사람들과 이야기를 해 보고 싶었던 것도 실현되지 않았다. 첫 여행지인 파리에서는 할머니 할아버지와 겨우 프랑스어로 몇 마디 해 보았을 따름이다. 독일에서는 그나마 독일어로 대화를 해 볼 상대를 찾을 수 없었다. 중고등학교 때 배운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는 현지에서 상대해 주는 사람이 없어서 쓰지 못한 것이다. 겨우 길 물어볼 때나 좀 썼을까. 그나마 좋은 경험을 할 수 있었던 것은 프랑스의 낭트에 살고 계시는 태권도부 선배님 댁에 방문했기 때문이었다. 정말 프랑스다운 풍경을 보고 프랑스의 해변을 걸어 볼 수 있었다. 당구장에도 가 보고 프랑스다운 술집에도 가 보았다. 프랑스 요리도 제대로 먹어 보고 말이다. 갖가지 프랑스 술도 거기에서 맛 볼 수 있었다. 다른 곳에서는 그러지 못했다. 이탈리아에서의 음식? 배낭여행하는 학생들은 다 그렇듯이 맥도날드 햄버거로 연명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나도 그랬다. 숙박시설? 평범한 유스호스텔이나 한국인이 운영하는 민박집이 대부분 우리가 묶은 곳이었다. 유명 관광지를 가 본 것도 나쁘지 않았고, 나름대로 좋은 경험을 하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왜 그랬을까? 답은 하나다. 아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외국인이 한국에 오면 관광하면서 보게 되는 것을 우리도 그렇게 보고 경험한 것이다. 외국인이 한국에 와서 경복궁에 가보고 남산 타워와 인사동에 가 보게 되지만, 실제 한국인의 전형적인 삶의 깊이에 들어오기 힘든 것과 같다. 나는 태권도 도장들을 찾아다니며 여행하려 했었지만, 불행히도 내가 방문한 7월에 전 유럽은 바캉스 기간이었다. 나는 같은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두 번째 유럽 여행은 정말 좋았다. 그 출발부터 달랐으니까. 첫 번째 나라에서는 태권도 친구를 만나러 갔고, 두번째 나라에서는 태권도 지도를 초대받았으며 세 번째 나라에서는 태권도를 가르쳤던 학생을 만나러 갔었다. 그 때에야 한국인이 없는 유럽엘 가 볼 수 있었다. 정말 제대로 된 외국 여행을 한 것이다. 그들이 사는 집에 들어가서 1주일 머물렀고 그들이 평소에 먹는 음식을 같이 먹었으며, 그 동네 아이들이 내 뺨에 입맞춰주었다. 부모들이 태권도인들이었고 내게 태권도를 배웠으므로 아이들도 금방 나를 좋아했다. 내가 꿈꾸던 외국 여행이었다. 얼마 전에 유럽 배낭 여행을 혼자 떠나는 태권도 후배에게도 이것을 강조했다. 그래서 파리에 있는 제자에게 내가 가르쳐 줘야 할 것을 그 후배에게 지도해서 가르쳐 주도록 했다. 덕분에 그 후배는 파리에서 훌륭한 대우를 받고 좋은 여행을 했다. 뮌헨에 가서도 태권도인을 만나서 기술을 가르쳐 주도록 시켰다. 뮌헨에서도 훌륭한 대접을 받았다. 그 후배는 첫 여행이었으므로 다른 유명 관광지도 많이 다녔다. 아는 사람이 없는 곳도 방문했다. 그 녀석도 욕심이 컸었기 때문에 결국에는 나와 같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유럽에서 돌아 와서 도장에서 만났을 때 그 녀석이 내게 말했다. “형님, 역시 외국에서는 태권도하는 사람을 만나야 제대로 여행을 하겠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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