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고등학교 민종기 교장 선생님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태권도대회 참관기

 

1. 아시아 청소년 태권도대회 결단식(2013.6.17.)

제7회 아시아 청소년 태권도 선수권대회 및 제2회 아시아 청소년 태권도 품새 선수권대회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다. 이 대회에 한국 대표팀 부단장으로 가게 되어 배완영 단장, 김재천 전무이사와 함께 인천으로 이동하였다. 함께 승용차로 11시경 학교를 출발하여 인천으로 가는 도중 단장은 딸 자랑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배완영 단장은 요즘 연예계에서 잘 나가는 수지 아빠다. 수지는 영화 『드림하이』에서 주역을 맡고 연기력을 인정받아 가수 겸 배우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는 MBC 월화드라마 『구가의 서』에서 주연으로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다. 단장에 의하면 수지도 태권도 공인 2단으로 이번 드라마에서 무예 교관 ‘담여울’역을 맡아 별다른 무예 교습 없이 소화해 냈다고 한다. 광주 출신으로 문근영에 이어 ‘국민 여동생’의 탄생을 축하하면서 이동하다보니 지루함 없이 오후 3시 30분경에 인천 운서역 앞 제우머스호텔에 도착했다. 호텔 로비에서 방 배정과 함께 태극마크가 새겨진 가방, 운동화, 운동복 등 물품을 받았다. 가방과 윗옷에 새겨진 태극마크를 보니 무언가 나라를 위해서 일하는 느낌이 들었다.

인천에서 교사를 하고 있는 딸에게 전화를 하였더니 지금 출장 중이라면서 아빠를 보러 온다고 한다. 그리고 작은아들도 온다고 한다. 1시간 정도 있으니 딸이 은서역에 도착했다고 하여 마중을 나갔다. 딸의 모습은 편안해 보였고, 빨리 시집가라는 아빠의 말에도 별 반응이 없다.

오후 5시경에 호텔 앞에서 간단한 결단식이 있었다. 이번 대표단은 단장을 포함하여 16명의 임원진과 품새 선수 10명, 겨루기 선수 20명으로 총 46명이다. 먼저 단장의 인사말에 이어 부단장으로 축사를 하게 되어 “저는 광주에 있는 국제고등학교 교장으로서 여러분들과 함께 하게 되어 반갑습니다. 저도 여러분과 같은 학창시절에 태권도를 하였습니다. 여러분들은 한국의 대표선수로서 평소에 열심히 노력했기 때문에 경기에서도 평소처럼 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입니다. 아무튼 건강하시기 바랍니다.”라고 짤막하게 인사말을 하였다.

호텔 옆 식당에서 선수들과 함께 식사를 하고 호텔로 작은아들이 왔다. 우리는 얼굴을 마주보며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다가 오후 8시 30분경에 딸과 작은아들은 서울집으로 가고 나는 역 앞에서 몸을 풀고 있는 선수들을 보면서 옛날 내가 운동했던 그 시절보다 선수들의 기량이 훨씬 뛰어나다고 느꼈다. 아마 이정도 수준이라면 이번에 좋은 성적을 거둘 것으로 생각된다.

 

 
 

2. 자카르타 야자나무 숲(6.18.)

핸드폰 알람이 6시를 알린다. 식사는 호텔 옆 식당에서 다슬기국으로 먹고 쉬었다가 11시경에 호텔버스를 타고 15분 정도 이동하여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에는 한국중고등학교태권도연맹 회장과 학부모들께서 나와 계셨다. 우리는 이들 앞에서 이번 대회의 종합우승을 목표로 출국 인사와 더불어 필승을 다짐하고 자카르타로 오후 3시 30분경 출국했다.

인도네시아는 1억 7000만 명의 인구와 1만 3500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나라로 고온, 다우, 다습의 열대 기후, 비옥한 토양, 풍부한 강우량, 풍부한 자원 등이 앞으로 인도네시아를 세계 강대국으로 발전시킬 가능성이 있다. 또한 다양한 민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국민 대부분이 이슬람교를 믿고 있고 400년 간 네덜란드와 3년 간 일본의 지배를 받아오다 1945년 8월 17일 독립하였다고 한다. 그 당시 우리나라는 1945년 8월 15일 독립선언을 하였지만 인도네시아는 연합군에 의한 일본의 항복을 몰랐기 때문에 2일 늦게 독립선언을 하였다고 한다.

대한항공 비행기는 오후 8시 15분경에 자카르트 수하르노 하타 공항에 착륙했다. 한국과 인도네시아는 2시간의 시차가 있기 때문에 한국시간으로는 오후 10시 15분이다. 자카르트 수하르노 하타 공항에서 비자 발급과 입국 심사를 받고 수하물을 찾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세계 어디를 가나 우리나라처럼 일 처리가 빠른 곳이 없는 것 같다.

공항에서 자카르타 시내에 있는 센트리호텔로 가는 길은 평소에는 1시간 정도 소요되는데 지금은 교통사정이 좋지 않아 2시간 이상이 소요된 것 같다. 인도네시아 차들은 일본, 영국처럼 오른쪽에 운전석이 있고 좌측통행을 한다. 대부분의 택시는 일본산 도요타와 독일산 벤츠고 가끔 일본산 닛산, 대우 시보레, 현대차 등이 보인다. 택시의 명칭도 TAKSI라고 표시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일본의 잔재가 아직도 곳곳에 남아있는 것 같다.

숙소인 센트리호텔 앞에는 큰 야자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는데 장관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증도 해변 가에 가면 야자나무들이 숲을 이루어 이국적인 멋을 내는데 기후가 맞지 않는지 절반은 죽어있어 아쉬웠는데 여기 야자나무들은 훨씬 굵고 길다. 호텔에 들어서니 아시아 각국의 대표선수들이 보였다. 이 호텔에서 멀지 않는 곳에 경기장이 있기 때문에 다른 나라 선수들도 이곳에 숙소를 잡은 것 같다. 나는 박종식 한국중고등학교태권도연맹 부회장과 505호 객실을 배정받아 함께 생활하게 되었다. 박종식 부회장은 광주에서 열리는 태권도대회에서 가끔 만나 태권도에 대한 조언을 받았던 분이다. 이국의 정취를 느끼며 빨리 잠을 청했다.

 

3. 자카르타 시내를 거닐면서(6.19.)

선수들의 경기 대진표를 뽑는 날이다. 품새는 남녀 각 개인전 및 단체전, 남녀 복식 등 5개 종목이 있는데 이란, 대만, 중국의 도전이 만만치 않다. 겨루기도 남녀 각 10개 체급이 있는데 중동국가들의 경기력이 향상되어 그리 쉬운 상대가 아니다. 특히 이란과 경기가 주목되나 대부분의 선수들이 무난히 금메달을 딸 것으로 보인다.

아침은 호텔에서 간단히 먹고 점심은 한국 식당에서 먹기로 했다. 호텔에서 그리 멀지 않는 곳에 마포라는 한국 식당이 있는데 교통체증이 심하다. 인도네시아의 발전은 교통과 상관관계가 클 것 같다. 도로는 좁고 교통량은 많고 차선도 분명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차와 사람과 오토바이가 뒤엉켜 사고의 위험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어 우리나라 같으면 벌써 사단이 났을 것 같으나 그래도 잘 굴러가고 있다. 또 교통체증이 심하다 보니 오토바이 퀵 서비스가 아주 발달했다고 한다.

 
 
마포식당에 도착하니 식당 앞 전자제품 수리 상점이 보인다. 한 수리공이 텔레비전 브라운관을 분해하여 기판을 수리하는 모습이 우리나라 칠팔십년 대를 연상하게 한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그런 브라운관 텔레비전은 찾아볼 수 없다. 또 이곳의 시골은 가난하여 신발을 신고 다니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점심은 돼지고기와 라면이 들어간 김치찌개로 다들 맛있다고 한다. 나도 먹어보니 라면과 돼지고기가 어우러져 맛이 있었다. 아마 외국에서 한국 음식을 먹기 때문에 더욱 맛이 있었을 것이다.

저녁 식사 전에 수지 아빠와 호텔 옆 도로를 따라 쭉 걷다보니 롯데마트가 보인다. 아마 이곳에서 가까운 곳에 오늘 롯데백화점을 오픈한다는 말을 들었는데 찾을 수는 없고 아무튼 우리나라 롯데그룹이 여기에서 장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우리 학교 설립자 선생님이 말씀한 ‘우주동인宇宙同人’의 정신이 아닌가 싶다. 롯데마트의 전자상가와 지하 매장을 둘러보고 나와 돌아가는 길에 많은 노점상들이 있다. 대부분 음식물을 팔고 있었는데 왠지 위생상 문제가 있을 것 같은데 다들 적응하면서 잘 살아가고 있다.

오후 늦게 대진표가 나왔는데 아직은 선수 노출이 안 되어 유·불리는 알 수 없지만 초반전에 이란과 겹치지 않아 비교적 잘 뽑은 것 같다.

 

 
 

4. 제2회 아시아 청소년 태권도 품새 선수권대회(6.20.)

아침 식사 후 버스로 이동하여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 체육관으로 갔다. 체육관은 1962년 아시안게임을 위해 건축된 것으로 지금은 낡아 새 단장을 해야 할 형편이지만 경제적으로 여의치 않아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것 같다.

아시아 25개국 499명의 선수가 참가한 제7회 아시아 청소년 태권도 선수권대회 및 제2회 아시아 청소년 태권도 품새 선수권대회 개막식이 열렸다. 개막식에서 이대순 회장과 인도네시아 태권도협회 회장의 인사말에 이어 각국 선수단의 입장과 우리나라 국기원 국가 대표 태권도시범단의 수준 높은 고난도의 시범을 선보여 많은 박수를 받았다.

‘품새’란 ‘품’과 ‘새’의 합성어로 ‘품’은 동작을 뜻하고 ‘새’는 모양새를 뜻하며 태권도의 기술인 방어와 공격 등을 혼자서 수련하는 동작이다. 품새를 할 때에는 발의 위치와 선을 표시한 ‘품새선’에 따라 수련하며 태극, 고려, 금강, 평원, 십진, 한수, 일여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

품새 경기는 개인 남녀, 단체(3인) 남녀, 혼성으로 금·은·동 모두 36개의 메달이 걸려 있다. 복장은 원래 흰색의 도복을 입었는데 바지만 검정색으로 변했다. 태권도의 세계화를 위해 디자인, 색깔 등을 고려하다 보니 바지가 검정색으로 변한 것 같다고 한다. 심판은 주심 1명, 부심 5명으로 구성되어 있으나 점수에 대한 정확한 기준은 모호하나 품새 동작 중 틀린 부분이 있거나 정지 상태에서 흔들리면 감점 처리를 한다고 한다.

재인도네시아 대한체육회 양영연 회장의 저녁 식사 초대가 있었다. 품새팀은 아직 경기가 끝나지 않아 오지 못하고 겨루기팀만 식당에 왔다. 양회장은 인도네시아에서 성공한 기업인으로 선수들의 사기를 북돋아 주기 위해 초대했다고 하면서 “이제는 메달 많이 따려고 하지 말고 다른 나라에 넘겨주어야 한국의 태권도가 더욱 발전할 것이다.”라고 하였다. 이 식당은 한국인 식당으로 직접 주인이 농장을 운영하기 때문에 고기도 믿을 수 있고 맛도 좋다고 한다. 선수들을 고기를 맛있게 잘 먹었다.

품새 결과는 남녀 단체 및 혼성팀 등 금메달 4개, 은메달 1개를 획득한 이란이 종합우승을 하였고 우리나라는 개인 남자에서 금메달을, 남녀 단체와 혼성팀에서 은메달을 획득하여 성적이 작년보다는 못하다고 한다.

 

 
 

5. 아시아 청소년 태권도 선수권대회 첫 날(6.21.)

태권도 겨루기가 시작되는 날이다. 겨루기는 상호간의 직접적인 신체 접촉과 충돌 등 상대방에게 타격을 가해 득점을 하며 승부를 가리는 경기이므로 선수 상호간의 체중 차이에서 오는 타격의 생리적 충격을 최소화시켜서 안전을 확보하고 대등한 경쟁조건에서 기술을 겨룰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체급 제도를 규정하였고 체급의 구분이 남자부와 여자부로 나누어져 있는 것은 경기의 성 구분을 뜻하는 것으로서 남자는 남자끼리, 여자는 여자끼리 대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뜻이다.

오늘 남자부는 핀급 최준환(철원중), 라이트헤비급 김경진(양산고), 헤비급 김용식(대전체고)과 여자부는 핀급 최해지(운천고), 플라이급 이예지(나토중), 페더급 김다휘(효정중)의 경기가 있다.

겨루기를 할 때에는 도복, 띠, 몸통보호대인 호구, 머리보호대 헤어기어를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겨루기의 득점제는 머리, 몸통을 맞추어 득점을 하는데 주로 몸통 공격은 1점, 돌려차기 공격은 2점, 머리 부분 공격은 3점이 주어지고 상대를 잡는 행위, 등을 보이고 피하는 행위, 경계선 밖으로 나가는 행위, 주먹으로 얼굴을 공격하는 행위 등은 경고를 받고 한 경기에 두 번 이상 경고를 받게 되면 1점이 감점되고 감점이 3점일 경우 반칙패로 기록된다.

심판은 주심 1명과 부심 3명으로 구성되어 점수제로 한다. 점수는 전자 호구를 착용하기 때문에 심판들이 마음대로 부여할 수 없지만 가끔 전자 호구의 문제로 인하여 점수가 올라가지 않을 수도 있어 필요에 따라서는 심판들의 합의에 의하여 점수가 주어지기도 한다.

점심시간이 끝나고 오후 1시부터는 경기를 시작해야 하는데도 경기를 오후 2시부터 한다고 한다. 무슨 점심시간을 2시간이나 주는지 물었더니 지금이 기도시간이란다. 인도네시아의 국민들 대부분은 이슬람교를 믿기 때문에 기도하는 날과 기도하는 시간에는 다른 일은 멈추고 기도를 드린다. 오늘이 바로 그 날이다.

이슬람의 기본적인 교리는 '오주五柱, 육신六信'으로 다섯 가지 의무와 여섯 가지 믿음을 반드시 지킨다고 한다. 오주는 신앙 선언, 예배, 희사(구빈세), 단식, 성지순례이고 육신은 하나님, 천사들, 경전들, 사도와 예언자들, 정명定命, 최후 심판일 등을 믿는 것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6체급 중 3체급에서 금메달을 따 다른 나라보다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여자부의 -42kg 최해지 선수는 결승에서 대만 선수를 이기고 금메달을 안겼다. -49kg 김다휘 선수는 대만 선수를 3회전까지 우위를 지키며 8대 3으로 이겼다. 남자부의 +78kg 김용식 선수도 결승전에서 이란 선수를 5대 1로 이기고 한국팀에게 세 번째 금메달을 안겼다. -78kg의 김경진 선수는 결승 연장전에서 이란 선수에게 아쉽게도 패해 은메달에 머물렀다.

시상식에서 한국 대표단의 단장과 부단장에게 시상을 하는 영광이 주어졌다. 아마 아시아태권도연맹의 한국 대표팀에 대한 배려가 아닌가 싶다. 배단장과 나는 마지막 남자부 헤비급에게 시상을 하였다. 단장은 메달을 수여하고 나는 시상품인 인형을 수여했다. 애국가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세계무대에서 시상할 수 있는 영광을 얻었을 뿐만 아니라 금메달리스트인 우리나라 김용식 선수에게 시상품을 수여할 수 있게 되어 매우 기뻤다.

 

 
 

6. 아시아 청소년 태권도 선수권대회 둘째 날(6.22.)

겨루기 둘째 날이다. 오늘 남자부는 밴텀급 허성주(강원사대부고), 라이트급 조강민(품생고), 라이트미들급 김성태(광주체고), 여자부는 밴텀급 임민지(대전체고), 라이트급 임금별(전남체육중), 웰터급 조희경(화원중), 헤비급 이진주(홍해중)의 경기가 있다.

오전 경기 도중 VIP 룸에서 이대순 이시아태권도연맹 회장과 대화할 시간이 있었다. 이대순 회장은 내가 전라남도에서 교사를 할 때 교육감을 하신 분이다. 본교의 건학이념인 충무정신忠武精神, 불이교의不二敎儀, 우주동인宇宙同人을 설명 드리고 본교 설립자이신 최병채 선생의 이념과 태권도 정신이 같기 때문에 우리 학교에서는 금년부터 1학년 전 학생에게 태권도를 교육과정에 넣어 가르친다고 했더니 크게 반가워하면서 앞으로 국제고 태권도에 관심을 갖고 도와주겠다고 하시면서 아시아태권도연맹에 연락하여 태권도 관련 자료 등을 국제고 교장에게 보내라고 그 자리에서 전화를 주셨다.

지금까지 교장을 하면서 가장 잘한 일은 1,2학년 전학생에게 태권도를 가르치는 일이라며 태권도를 교육과정에 편성한 과정과 의미를 말씀드렸다. “학생 인권을 무엇보다 중시하는 교육 풍토에서 학생들의 인성과 생활지도가 대단히 어려웠다. 많은 선생님들이 이렇게 생각하며 교육 현장에서 지도의 어려움을 느끼고 심지어 포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태권도 수련은 우리 학교 권학이념인 충무정신 함양에도 적절하고, 무도를 통한 절도와 예법도 익히고, 1,2학년 때 기초 체력을 보완하여 3학년 입시 준비에 도움이 될 것이며, 대학입학사정관제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라고 말하자 현 교육 상황에서 태권도 교육은 아주 잘한 선택이라고 하신다.

회장은 손자도 태권도를 하여 여간 기쁘다고 하시면서 "태권도공원 조성이 한국의 전통무예인 태권도를 세계적인 문화브랜드로 성장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며, 태권도공원의 핵심적인 기능은 당연히 연구 및 교육 사업이다. 올림픽 발상지인 그리스에 설립되어 올림픽 정신을 계승하고 있는 올림픽 아카데미(IOA)처럼 태권도공원은 태권도정신을 연구하고 계승하기 위한 아카데미와 같다. 따라서 전 세계 태권도 지도자들의 교육은 물론 청소년캠프, 고단자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며 이를 위해 태권도연구소와 체험관 등이 들어선다."라고 무주의 태권도공원 건립에 대한 이야기도 하셨다.

우리 대표단은 점심을 시내에 있는 한국 식당에서 도시락으로 주문하여 먹는다. 우리나라에서 먹는 음식과 별반 차이가 없기 때문에 선수들에게 음식에 대한 부담을 주지 않는다. 주최 측에서도 가끔 도시락이 있는지 물어와 몇 개씩을 제공하기도 했다. 점심을 먹고 우리는 먹었던 도시락들을 깨끗하게 치우는데 건너편에 있는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먹었던 도시락을 그대로 두고 있어 인도네시아에서 오래 사신 한국인에게 물어보니 만약에 이들이 먹었던 도시락을 치우면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의 직업을 빼앗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문화의 차이가 아닌가 싶다.

우리나라 기대주인 여자부 -52kg 임금별과 +68kg 이진주는 첫 게임에서 패하고 남자부 –68kg 김성태는 동메달, 여자부 -55kg 조희경은 은메달, 남자부 -51kg 허성주와 -59kg 조강민, 여자부의 -46kg 임민지가 금메달을 땄다.

 

 
 
7. 아시아 청소년 태권도 선수권대회 셋째 날(6.22.)

아침 식사 후 경기장으로 가는데 운동복을 입은 수많은 학생들이 스나연 종합운동장으로 가고 있었다. 오늘은 일요일인데 무슨 경기가 있을까? 궁금하여 경기장 옆 종합운동장 쪽으로 가보니 축하 무대도 있고 울긋불긋한 운동복을 입거나 통일된 옷을 입은 요원들도 있다. 아마 중요한 경기가 있거나 공연이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오늘은 겨루기 셋째 날이다. 남자부는 플라이급 유혁(풍생고), 페더급 고호재(전남체고), 웰터급 장지원(충북체고), 미들급 신해원(신앙중), 여자부는 라이트미들급 정은화(부산체고), 미들급 이다빈(효정고), 라이트헤비급 이현경(서울아이티고)의 경기가 있다.

경기는 9시가 조금 넘어 시작됐다. 마지막 날 시합이라 모두가 긴장하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팀은 금메달을 6개 확보하고 있으나 종합우승을 확신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계속 이란팀이 거세게 밀고 오기 때문에 안심할 수 없고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 금메달을 최소 2개 이상 따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선수와 경기 중 부상한 일본 선수가 기권을 하기도 하고 카자흐스탄 선수와 인도네시아 선수와의 경기에서는 심판의 계속 되는 경고 판정에 불복하여 항의 표시로 카자흐스탄 벤치에서 수건을 던져 기권을 하였다. 불합리한 경고 판정과 이에 대한 항의가 잇따르는 경기 운영 방식은 앞으로 바꾸어져야 한다.

우리나라는 7체급 중 6체급이 결승전에 진출하여 태권도 종주국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남자부에서는 -73kg 신해원 선수만 인도 선수에게 패하고 -48kg 유혁 선수는 강력한 몸통 공격과 왼발 머리 공격으로 금메달을, -63kg 장지원 선수도 머리 공격으로 금메달을, -55kg 고호재 선수도 어려운 경기 끝에 금메달을 땄다. 여자부에서는 -59kg 정은화, -63kg 이다빈, -68kg 이현경 모두 금메달을 땄다. 이로써 한국은 남자부는 금 6개, 은 1개, 동 1개로 종합우승을 하였고 여자부도 금 6, 은 1로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또 최우수 선수는 충북체고의 장지원이, 우수지도자는 통잔고 홍요식 코치가 상을 받았고 남녀 종합우승은 한국이 받아 제7회 아시아 청소년 태권도 선수권대회 마지막을 장식했다.

저녁 식사는 인도네시아에서 성공한 한국 기업인의 초대를 받았다. 이분은 고향이 벌교인 신창우씨다. 단장인 수지 아빠와 고향 친구로 학창시절 함께 태권도를 했다고 한다. 초대된 아파트로 가보니 34층 정도 된다는 건물의 높이와 규모에서 위압감이 느껴진다. 신 사장은 17층에서 사는데 들어가서 보니 자카르타 시내가 한눈에 들어오는데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전망이 일품이다. 더욱 우리를 놀라게 한 것은 저녁 식사였다. 요란하게 준비된 식사가 아닌 다소 평범하고 수수하다고 할 수 있는 된장국과 김치가 겹들여진 상차림이었는데 그 맛이 일품이었고 감동적이었다. 우리는 맛있는 식사를 하면서 신 사장의 이야기를 들었다.

신 사장은 25년 전 부산의 신발업체의 주재원으로 처음 인도네시아에 왔다고 한다. 이곳에서 3년 간 주재원 생활을 하고 고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이곳을 기회의 땅으로 여기고 여기에 터를 잡았는데 여러 가지 어려운 일을 잘 이겨내고 지금은 성공한 기업인이 되었다고 한다. 이곳에서 보석, 부동산, 전자 사업을 하는데 보석과 부동산은 외국인에게 허가가 되지 않기 때문에 국적도 인도네시아로 바꾸었다고 한다. 우리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이 직면한 어려움을 극복하는 도전정신이다. 신사장이 고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도전정신을 발휘한 것이 오늘날 이와 같은 부를 누리게 한 것이 아닌가 싶다. 학교에 가면 설립자이신 최병채 선생님이 항상 말씀한 ‘우주동인宇宙同人‘의 정신을 학생들에게 더욱 강조해야 하겠다.

 

 
 

8.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를 떠나면서(6.24.)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이다. 아침 식사 후 짐을 챙겨 541호실로 갔더니 선수들과 감독들이 지쳐 오전에 호텔에서 쉬었다가 11시경에 시내 투어를 할 예정이라고 한다.

11시 30분경 버스를 타고 시내에 있는 백화점으로 갔다. 백화점 지하에서 점심으로 주먹밥과 치킨을 먹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주먹밥을 먹어본 것 같다. 백화점에서 선물을 고르는데 살 것은 없고 기념이 될 만한 것을 찾다가 인도네시아 전통 옷을 하나 사고 목각품, 요리 받침대 등을 샀다. 오후 4시 50분경에 호텔로 돌아왔다. 호텔에서 조금 대기하다 오후 5시 30분경에 호텔을 출발하여 6시 30분경에 자카르타 수하르노 하타 공항에 도착했다.

자카르타 수하르노 하타 공항은 검색대를 두 번 통과하도록 되어있다. 한 번은 공항내로 들어가기 위해 검색대를 통과해야 하고 또 한 번은 비행기를 타기 위해 게이트에서 검색대를 통과해야 한다. 아마 안전을 위해 계속 검색대를 통과하도록 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앞으로 개선해야할 일이다.

비행기가 출발하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아 면세점에서 이것저것 구경도 하고 커피숍에서 콜라도 마시면서 시간을 보내다 오후 19시 23분경에 수하르노 하타 공항을 이륙했다. 우리나라 시간으로는 6월 25일 0시 23분경이다.

비행기를 타는 동안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인도네시아 방송 기자와 인터뷰했던 일과 한국 대표팀을 이끌고 자카르타에 가서 종합우승을 이끌었다는 점에서 국위 선양하는데 조금은 도움이 된 것 같아 기쁘고 뿌듯했다. 이번 경기장에서 보고 느낀 것은 한국이 다른 나라들과 실력이 비슷해져 가고 있다는 생각과 경기 도중 비디오 판정 요청 시 판정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데 정확하고 빠른 판정으로 경기의 맥을 끊지 않도록 해야 할 것 같다. 또 전자 호구로 점수화하기 때문에 정확한 공격보다는 발로 문지르고 지나가도 점수로 인정된다는 점과 머리 공격 점수도 스치기만 해도 점수로 인정되는 점 등은 앞으로 보완해야할 점이라 생각한다.

비행기는 인천공항에 오전 6시 50분에 착륙했다. 수하물을 찾아 공항로비로 나오니 한국중고등학교태권도연맹 회장과 선수 가족들이 나와 있었다. 우리는 아시아 청소년 태권도 선수권대회를 무사히 마치고 귀국했음을 알리고 각자 헤어졌다. 아무튼 이번 대회에 참여하게된 것이 외국에서의 태권도 경기 참가라는 새로운 행사 경험과 다른 학교와 태권도부 운영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는 등 좋은 경험이 되었다고 생각된다.

 

2013. 6. 30. 국제고 교장실에서

저작권자 © WTN 월드태권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