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는 지난 6월 20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제2회 아시아주니어태권도품새선수권대회에서 남 ․ 여 단체, 창작품새 남자 개인, 남자 단체 등 부문에서 4개의 동메달을 차지, 출전했던 6명의 선수가 모두 메달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인도네시아가 오픈대회를 제외한 국가대항전 성격의 품새 국제대회에서 4개의 메달을 차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도네시아는 품새 국제대회에서 별다른 성적을 거두지 못하다가 ‘2012 포천 세계대학태권도선수권대회’에서 남자 단체 동메달, 2012년 ‘제7회 세계태권도품새선수권대회’에서 창작품새 여자 개인 동메달 등 2012년부터 품새 관련 국제대회에서 메달을 획득하기 시작했다.

이렇듯 인도네시아 선수들의 기량이 일취월장한 이유에는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있다.

바로 국기원 해외파견사범으로 인도네시아에 파견, 인도네시아품새국가대표팀 감독을 맡고 있는 신승중(41, 6단) 사범이다.

김영선 주인도네시아 대사는 “신 사범의 활약으로 인해 인도네시아 태권도 발전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며 “신 사범이 가르친 선수들이 국제대회에 입상하면 그것이 인도네시아 국가위상과 직결될 뿐만 아니라 태권도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시종일관 신 사범을 치켜세운다.

신 사범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공항에 도착한 2011년 12월 8일 밤.

한국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후덥지근한 밤공기와 꽉 막혀있는 차량들의 행렬은 타국에서 느끼는 두려움으로 다가올 수 있겠지만 정작 신 사범은 마음이 설레었다.

2005년부터 겨루기 상임심판으로 활동하면서 각종 품새 전국대회에서 입상하는 등 다재다능한 태권도인이었던 신 사범은 국기원 해외파견사범 모집에 응시, 합격하게 된다.

그는 “태권도장을 10여 년간 하면서 항상 해외에서 태권도를 지도하고 싶다는 희망을 갖고 있었죠. 겨루기 상임심판도 하면서, 품새 전국대회에 출전했었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태권도를 하는 사람으로서 한국의 고유문화를 알리고 태권도 발전에 기여하고 싶은 마음이 커졌습니다. 그러던 중에 국기원에서 해외파견사범을 모집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지원하게 됐고, 합격의 영광을 누리게 됐죠. 최종합격 소식을 듣던 날 말로 표현하지 못할 만큼 기뻤습니다”라고 말했다.

신 사범은 해외에서 태권도를 가르치고 싶다는 희망이 현실로 다가왔지만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었다.

가족 모두가 인도네시아로 가기 위해서는 아내가 다니던 직장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었고, 예민한 시기의 두 아이들 역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신 사범은 아내와 아이들을 끈질기게 설득했고, 결국 6개월이 지난 뒤에야 가족 모두가 인도네시아에서 살게 됐다.

신 사범은 “제가 간절히 원하던 해외파견사범이 됐지만 막상 인도네시아로 떠난다는 것이 가족 모두에게는 큰 모험이었죠. 지금은 아내와 아이들 모두가 적응하며 살고 있어요. 직장을 포기하면서까지 저를 따라준 아내와 학교에 다니며 불만 없이 잘 적응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너무나 고맙죠”라고 말했다.

부푼 꿈을 안고 인도네시아 땅을 밟은 그에게 현지의 태권도 상황은 너무도 많이 열약했다.

겨루기에 비해 품새 선수층은 너무 얇았고, 품새를 가르칠 수 있는 전문 지도자 역시 부족해 선수들의 기량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실정이었기 때문이다.

신 사범은 새롭게 품새 선수를 육성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인도네시아 각 지역을 돌며, 품새를 가르치는 세미나를 진행하는 동시에 가능성 있는 선수를 발굴하는데 주력했다.

신 사범은 선수들 모두 기초부터 다시 차근차근 가르치기 시작했고, 이러한 노력들이 결실을 맺어 각종 품새 국제대회에서 입상하는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게 됐다.

또한 신 사범은 선수들을 가르치는 데 있어 친밀감을 높이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저는 선수들과의 스킨십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선수들에게 저는 이방인이기 때문에 낯설 수밖에 없죠. 이러한 낯섦을 극복하고, 서로를 신뢰하는 것은 선수들의 기량 상승으로 이어집니다. 그래서 항상 선수들과 함께 어울리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죠. 라마단(이슬람 금식기간)이 진행되는 1개월간은 해가 뜨고 질 때까지 물 한 모금 못 마십니다. 운동량도 많은데 물을 못 마시니 얼마나 힘들겠어요. 그러한 모습들을 보니 저 혼자 물을 마실 수 없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선수들과 함께 물 한 모금 마시지 않으면서 가르쳤죠.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니 그러한 노력들이 있었기에 선수들과 하나가 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현재 신 사범은 어학공부에 열중이다.

 
 
그는 인도네시아 파견 초기, 배탈로 고생을 하면서 체중이 6kg나 빠지는 어려움 속에서도 인도네시아 어학서적을 놓아본 적이 없을 정도로 배움의 열정으로 가득하다.

그는 “인도네시아는 태권도 수준이 높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저는 인도네시아의 가능성을 봤습니다. 그리고 저력을 믿습니다. 인도네시아 국민들과 평생을 함께 하면서 우리나라의 태권도를 인도네시아에 깊게 뿌리내리게 하고 싶습니다. 인도네시아를 태권도 강국으로 만들 것 입니다”라고 희망을 이야기했다.

2억 4천만 명의 인구가 살고 있는 세계 인구 4위의 인도네시아.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나라 인도네시아에서 신 사범은 오늘도 태권도를 보급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저작권자 © WTN 월드태권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