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누구나 할 거 없이 태권도하면 한국, 유도하면 일본을 얘기한다. 한국과 일본이 각각 태권도와 유도의 종주국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본 유도는 2009 세계유도선수권대회에서 ‘노 골드’의 치욕스런 결과를 내놓았다. 누적된 자만의 결과를 우리 태권도가 타산지석으로 삼아야할 것이다.

사실 일본 유도가 몰락한 것은 일본 유도의 집행부 구성에서부터 파벌싸움에 일었고 그 여파가 국가대표 선수 훈련과 선발과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일본 유도가 극심한 파벌 싸움에 몰락을 보면서 우리 한국의 태권도에 대해서 걱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현재 우리가 쥐고 있는 세계연맹(WTF), 대한태권도협회(KTA)는 한국인들이 수장이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부터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어 우리나라 메달획득에 효자종목으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올림픽 무대에서 퇴출위협을 받고 있다. 2016년 올림픽에는 살아남는다는 보장이 없다. 올림픽에 계속 살아남기 위해서는 재미있어야하고 공정하고 보편, 타당하여야 한다. 재미있는 경기는 차등 점수제를 도입하면서 많이 좋아졌다. 그러나 차등점수제 역시 세계연맹과 대한태권도협회가 서로 다르다. 심판판정에 공정성이 문제가 되어 도입된 전자호구 역시 세계연맹은 라저스트사의 호구를, 대한태권도협회는 강도감지호구를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대한태권도협회와 세계연맹이 사용하는 전자호구가 상이하게 다르다는데 있다. 세계연맹과 대한태권도협회가 서로 간격을 좁혀야 하고, 누구든지 대승적 차원에서 결정해야한다. 결국 손해를 보는 건 선수들이다. “우리는 종주국이다. 우리의 방식을 고수해야한다.” “무슨 소리냐? 대한태권도협회도 세계연맹 192개 회원국 중 하나일 뿐이다.” 하며 서로 고집부리는 건 곤란하다. 결국 우리 모두는 재미있고 공명정대한 태권도를 만들어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하는 숙제를 안고 있지 않은가?

 

세계연맹과 대한태권도협회는 경기규칙부터 다르게 적용하고 있다.

․ 얼굴득점 : 세계연맹 무조건 3점 / 대태협 회전 4점 / 카운터보너스 1점
․ 경고(감점패) : 세계연맹 경고 6회 감점 3점 / 대태협 경고 8회 감점 4점
․ 한계선 밖 : 세계연맹 무조건 경고 / 대태협 고의로 나가면 감점
이 밖에 세세한 부분들이 다른 경우가 많다. 품새 또한 마찬가지다.

이렇게 하면 어떨까. 세계연맹과 대한태권도협회가 서로 양보하여 하나의 태권도 경기를 만들어보는 것이다. 가령 경기규칙은 대한태권도협회가 주도하고 전자호구는 세계연맹에 양보하여 경기규칙과 전자호구로 인한 태권도인들의 혼란을 없애고 하나 된 태권도를 만들어 가자는 것이다. 이것은 시간을 지체할 일이 아니다. 당장 광저우 아시안게임부터 적용은 안되더라도, 2011년 세계 태권도 선수권 대회에서부터는 하나 된 경기규칙, 전자호구로 적용되어야한다. 그래야만이 우리의 태권도가 일본유도의 전철을 밟지 않고 백년, 나아가 천년의 반석 위에 올려놓을 수 있다.

 

엄영섭 / 대한태권도협회 상임심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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