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그 때 그 심판이었다.

벤쿠버 올림픽 쇼트트랙 여자대표팀의 금메달을 앗아간 심판은 2002년 오노 시뮬레이션 액션을 인정한 호주의 그 심판이었다. 호주의 그 심판은 캐나다 벤쿠버 올림픽 쇼트트랙 3000m계주에서 한국의 김민정 선수가 중국 선수를 밀어 진로를 방해했다는 이유로 한국 선수들의 실격을 선언했다.  

올림픽 쇼트트랙은 국제빙상연맹이 인정한 심판들이 판정한다. 이번 대회에도 국제빙상연맹은 주심 1명, 부심 4명이 판정했다. 주심은 실격여부를 판정하는데 절대적인 권한을 행사한다. 부심은 조언할 뿐이다. 주심은 심판들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으면 녹화된 경기 장면을 돌려보고 최종 결정을 내린다. 비디오 판독을 거친 판정은 반복될 수 없다는 게 안타까울 뿐이다.

호주의 심판 휴이시는 앞서 언급했듯이 2002년 안톤 오노의 시뮬레이션 액션에 속아 김동성의 금메달을 앗아갔고, 그 이후로 2년간 국제심판으로 활동하지 못하다가 다시 활동을 재개하였다. 그가 돌아오자 한국과의 악연도 재현된 것이다.

심판의 판정은 존중되어야 한다. 그러나 어떠한 경우라도 심판에 판정이 어느 한 쪽으로 치우쳐서는 안 된다. 우연하게도 그가 내린 판정 뒤에는 미국과 중국과 같은 강대국이 있었다. 그가 내린 2차례의 오심이 모두 이들 두 나라가 끼어있었다. 태권도 경기장에서 일부 잘나가는 팀, 강한 팀이 늘 유리하게만 작용한다면 힘없고 백없는 팀은 설자리가 없어진다.

태권도 경기장에서의 심판은 부심 4명, 주심 1명이다. 그렇다고 주심이 모든 경기를 좌지우지하진 않는다. 심판들 간 합의가 이루어졌을 때, 단 20%의 영향력을 행사할 뿐이다. 주심의 영향력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되어서는 안 된다.

전이경 sbs해설위원은 “레이스 도중 상대 선수의 팔에 맞는 건 비일비재하다, 관건은 고의성인데 우리는 고의적이지 않았다”고 분석했었다. 이긴 선수가 그 경기를 지켜내기 위해 일부러 행한 반칙 행위가 아니라면 그 선수의 행위는 경기를 치루면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행위로 판단해야 한다.

태권도 경기에서 득점을 앞서가는 선수가 일부러 끌어안고 넘어지는 행위를 한다면 용납될 수 없지만, 고의성이 아니라면 그 선수의 행동은 경기의 일부분으로 인정하고 간다. 그러고 보면 태권도 경기가 우리들의 절대 만족치는 아니더라도 매우 합리적이고 보편적이다.

경기장에서 열심히 뛰고 노력하는 심판들이 있기에 태권도 경기는 더욱 발전하고 재미있어질 것이다. 지난 2월 9일~11일 전주대학교에서 2010년 상임심판교육 중 양진방 대한태권도협회 사무총장의 특강 중, “심판의 공정성에 대한 가격은 얼마인가”라는 질문을 모든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과연 공정성의 값은 얼마인가.

 

엄영섭 / 대한태권도협회 상임심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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