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진짜 세대교체를 해야 합니다. 시대와 환경이 바뀌었습니다. 선배 분들이 욕심을 내려놓고 능력있는 후배들에게 기회를 줘야 합니다.”

예원예술대학교 스포츠학과 김한노(52) 교수의 일성은 ‘세대교체’였다. 태권도 선수 출신으로 오랜 기간 해외 여러 나라에서 경찰 및 군인을 가르치는 교관에서, 대통령 경호원, 국가대표팀 감독, 체육관 운영과 학업의 병행, 그리고 스포츠의류 사업까지 다양한 경험을 쌓고 고국으로 돌아와 강단에 선 그는 지금 장차 태권도 미래를 짊어질 후학 양성에 매진하고 있다.
 
“이제는 태권도인들도 지식인들로 넘쳐납니다 세계 어디를 가도 충분히 의사소통이 다 되고 리더십과 전문성까지 두루 겸비했지요. 그런데도 태권도를 위해 기여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습니다.”
 
그는 종주국의 태권도계가 시대와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계속 정체되어 성장동력이 막혀있는 것은 태권도계를 이끄는 제도권 임직원들의 무사안일과 보신주의 때문이라고 확신한다. 가뜩이나 제한된 업무영역에서 30~40년 이상 장기근속하고 있는 임원과 간부들이 후배들의 진로를 막고 있다는 생각이다.
 
“대학에서 제자들을 가르치면서 가장 안타까운 점은 취업이 불투명하다는 점이죠. 물론 태권도관련 학문적 가치와 사회경제적 융합이 일천하다 보니, 이를 배양시키기 위해서는 태권도이론과 실기 외에 어학, 경영학, 사회학, 철학 등의 학습이 병행되어야 전문인력으로 양성될 수 있기에 나름 그 방면으로 교수지도를 하고 있습니다.”
 
그는 학생들을 좋은 인재로 양성시키는 것은 선생의 몫이지만, 취업의 문을 넓힐 수 있도록 국기원이나 세계태권도연맹, 그리고 예하 태권도 단체에서 다양하고 안정적인 일자리 창출을 위한 지원과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신을 한마디로 표현하라니까 “태권일생”이라고 딱 잘라 말하는, 뼈 속까지 태권도인인 김한노 교수를 19일 전북 임실에 소재한 예원예술대 스포츠학과 교수연구실에서 만나 태권도인이자 지도자로서의 삶과 철학, 태권도의 발전적 미래관 등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들어봤다.
 
다음은 김한노 교수와의 일문일답
 
▲현재 예원예술대학교 스포츠학과 객원교수와 태권도부 감독을 겸직하고 있는데, 스포츠학과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과목을 맡아 지도하고 있으며, 커리큘럼은 어떻게 짜여져있나.
 
"주로 태권도학을 기반으로 한 실기와 이론을 가르치고 있습니다만, 요즘 학생들의 생각과 행동에서 정신상태가 해이해진 점이 많아 정신교육에도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어요. 특히 태권도부에 소속된 학생들에게는 정신무장을 강화한 기술력 배양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습니다."
 
▲현재 대학 태권도학과가 아직도 커리큘럼이 빈약하고, 철학이나 역사의 정립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도로서의 정체성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관련 교수로서 태권도학과가 지속적인 발전을 하기 위해 필요한 연구와 개발 방향에 대해 견해를 밝힌다면.
 
"우선 태권도학과 졸업 후 취업이 많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태권도 관련 과목 이외에 취업에 유용한 어학, 경영학, 사회학, 철학 등 보조 과목도 수업도 확대시켜야 합니다. 나아가 태권도인으로서의 인-의-예의 인성교육을 커리큘럼에 포함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특히 태권도사범 자격증과 승단심사를 강화하는 등 철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태권도선수이자 한 나라의 대표팀 감독 출신의 현역 교수로서 또 대학 태권도부 감독으로서 느끼는 책임과 보람이 있다면.
 
"아직 보람을 느끼기엔 대학 교수로서의 근속연수가 일천하지만, 앞으로 저와 같은 길을 갈 학생들에게 교수법보다는 저의 선수생활과 오랜 해외 사범활동, 도장경영 등을 두루 거친 경험을 일러주며 선배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게 보람입니다."
 
▲지난 일본 대표팀 감독으로서는 보람과 자부심이 있는가.
 
물론입니다. 일본 가라테. 즉 무도의 나라에 가서 태권도를 활성화시키고 현재 태권도 이름으로 존재하고 있다는 게 큰 자부심입니다. 물론 저의 혼자에 힘은 아니지만, 올림픽이란 큰 대회에서 메달을 따내는 성과를 거둔 후 일반 국민으로서는 처음으로, 일본 천왕 초청으로 궁에 가서 치하를 받았습니다. 이 모든 것이 태권도이기 때문이지 않나 생각하고 항상 자부심과 보람을 갖고 있습니다.
 
▲현역 선수와 감독 시절 대단한 명성을 얻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구체적으로 태권도 입문과정과 선수시절의 성적, 그리고 감독으로서의 성과 등에 대해 설명해달라.
 
"태권도를 처음 입문하게 된 동기는 흰 도복이 너무 멋있었기 때문입니다. 선수시절은 국내외 대회를 비롯, 전국대회 우승 등 통산 20회의 입상을 했습니다. 그 중 전국대회 5체급(핀-플라이-벤텀-페더-라이트급) 우승 경험도 가지고 있죠. 감독으로서의 성과는 올림픽•세계선수권•아시안게임•월드컵•국제오픈 등 전 시합에 걸쳐 메달을 획득했다는 것입니다. 십수년간 국제대회 출전에서 노메달 경험이 없습니다. 나름대로는 열심히 한 것이 성과라고 할 수 있겠지요."
 
▲일본 태권도대표팀 감독을 지냈고, 현재도 재일본대한태권도협회 전무이사를 맡고 있는 등 일본에서 많은 활동을 해 왔는데, 일본에서의 태권도 현황과 문제점, 그리고 바람직한 발전 방향을 말씀해달라.
 
"현재 일본은 전국에 태권도협회가 30개정도 있습니다만 그 중 절반 정도가 활동하고 나머지는 유명무실한 상태입니다. 총체적으로 문제가 있지만 가장 심각한 문제 몇 가지만 얘기하겠습니다. 최근 일본체육회감사위원회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협회장의 공금유용 △선수 코치 감독직의 매점매석 △단 심사권의 폭리 및 남오용 △색띠 유급자의 심판활동 △국가대표 선수선발의 부정담합과 한국 사범 관련사실 등이 폭로됐습니다. 한국 태권도가 수치를 당하고, 자존이 더렵혀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일본 당국의 비리척결과 협회의 자정노력은 물론 필요하다면 종주국이 나서서라도 하루빨리 정상화되도록 계도해야 할 것입니다."
 
▲일본 외에도 여러 나라에서 다양한 활약을 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 어느 나라에서 어떤 역할로 태권도를 보급, 발전시켜 왔는지, 또 현지 수련인들이 생각하는 태권도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처음에는 남미 칠레에 가서 경찰학교 교관, 피노체 대통령 경호원, 국가대표 선수. 체육관 운영 등 의욕이 앞서 많은 일을 벌이느라 너무 바빠서 힘들기도 했지만 돌이켜보면 다 좋은 경험이었죠. 아시안게임 수준의 그곳 숫아메리칸게임에 칠레대표로 출전해 우승도 했습니다. 이후 미국에 건너가 7년간 체육관 운영도 하다가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로의 열망으로 일본에서 활약하게 되었습니다. 미국이나 칠레에서 태권도에 대한 인지도는 대단합니다. 신비한 동양의 무술이자 올림픽스포츠라는 점 때문이죠. 최근 일본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게 걱정이지만 하루빨리 정상화되어 일본 태권도가 더 발전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현지 한국 사범들이 마음을 비우고 본연의 초심 자세로 임했으면 합니다."
 
▲현재 국내 태권도 단체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해주고, 대안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밝혀달라.
 
"외국에 몇 십 년 살다가 돌아오니 눈에 띄는 문제점이 많더군요. 특히 협회는 경기단체임에도 경기인 출신이 아닌 사람이 너무 많은 게 문제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자기 지역이나 자기 것이 아닌 것을 탐내다 보니 싸우고, 평생 태권도가 자기 것 인양 아직도 지위 보존하려는 분들은 그 자리를 지키려고 싸우고들 난리더군요. 협회운영은 태권도에도 능통한 행정 전문가가, 대회운영은 그 분야 전문가들이 해야죠. 유일한 대안은 이제 세대교체를 해야한다는 것입니다. 이제는 태권도인들도 지식인들이 많습니다. 세계 어디가도 충분이 의사소통이 되하고 전문성가 리더십도 갖췄어요. 현 태권도협회 집행부를 비판하자는 것이 아니라 세월이 변했으면 사람도 변해야죠. 30~40년전 분이 아직도 재직중입니다. 물론 건강하시고 계속 태권도 발전을 위해 일하는 것은 좋지만 이선으로 물러나 자문을 하는게 마땅합니다. 이제는 후배들 생각도 하셔야죠."
 
▲끝으로 교수님 개인의 향후 계획과 비전에 대해 말씀해달라.
 
"오십 평생을 태권도가 삶이자 직업이었기 때문에 여생도 태권도를 하며 살아갈 것입니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기에 더욱 더 매진할 것이고, 기회가 되면 제도권에서 태권도 발전을 위해 헌신하고 싶습니다.
'태권일생' 제가 제일 좋아하는 글귀입니다. 항상 제 옆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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